(조선일보 2018.11.13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월터 리프먼 '없어서는 안 되는 반론'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의 대표적 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 말이 지독히 마음에 안 든다.
그렇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는 목숨을 걸고라도 수호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얼마나 멋있는 말인가!
'현대 언론학의 대부'라는 월터 리프먼은
"우리는 표현의 자유 수호를 볼테르식(式)으로 타인의 권리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선심성 행위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타인의 언론 자유는 나 자신을 위한 안전장치"라고 말한다.
위정자가 가혹한 비판을 들어야 국가를 바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아픈 사람이 의사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진단을 들어야
병을 고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리프먼은 비유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의 존재 이유는, 대다수 일반 국민이 국가 대사(大事)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깊이 사고(思考)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원들이 국민을 대리해서 무제한 토론을 통해 국가가 나아갈 최선의 길을
도출하는 것을 돕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정쟁에 파묻혀 파행을 거듭해 왔고 이제는 존재감조차 희미해졌다.
문재인 정권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주요 시책을 아무런 토론이나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 발표와 동시에 시행하고,
그 역효과가 아무리 심해도 더욱 강력히 추진한다.
그런데 공영방송은 견제 장치 역할을 못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정권의 나팔수가 되었다.
이렇게 답답하고 암담한 상황에서 유튜버들의 출현은 가뭄에 단비처럼 고마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유튜버들은 나의 불만을 대변해 주고 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우리가 처한 상황의 국제 관계적,
현대사적 맥락을 규명하고 해설해 주어서 유익하고 재미있다.
물론 개중에는 군더더기가 많고, 표현이 거칠기도 하고 정보나 예측이 부정확한 방송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순기능이 역기능의 몇 배임은 틀림없다. 나라가 위태롭게 되니까 백가쟁명이 일어나고,
난세에 빛을 발하는 재사(才士)와 문사(文士)가 등장하는 것이 이 상황에서 적잖은 위로가 된다.
이렇게 유익한 유튜브를 정책 담당자들이 열심히 시청한다면 정부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피하고 국민이 갈망하는
정책을 펼 텐데, 이 정부는 유튜버들을 박해하고 '가짜 뉴스'로 몰면서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
중병(重病)을 진단한 의사를 죽이는 어리석은 환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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