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도대체 왜?! 김형경의 남자 이야기
(여성조선 2014.01.17 취재 임언영 기자·사진 박종혁)
김형경의 시선은 흥미롭다. 소설가이자 심리에세이스트이기도 한 그녀의 레이더에, 이번엔 남자들이 딱 걸렸다.
여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왜?”라는 물음표를 만들어내는 남자들을 제대로 분석한 에세이 <남자를 위하여>의 필자 김형경을
만났다.
“덕분에 남자에게 덜 기대하게 됐죠?”(웃음)
책을 읽고, 역시 여자와 남자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기자의 인사에 돌아온 김형경의 대답이다.
심리에세이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등으로 많은 공감을 일으킨 소설가 김형경.
그녀가 이번에는 ‘남자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펴냈다.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여자의 시선에서 제멋대로 해석한 남자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한 심리학적인 근거와 문학 작품들 속의 남자들, 그리고 작가 본인의 경험을 차분하고 재미있게 엮어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진짜 남자들에 대한 정의가 탄생했다.
이번 책에서 그녀는 남성 심리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무의식까지 예리하게 건드린다.
덕분에 독자는 어린 여자만 찾는 롤리타 콤플렉스를 가진 남성, 아내에게만 분노를 쏟아내는 남성, 엄마에게 순종하는
마마보이, 섹스에 집착하는 남성들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심리적 문제 때문이라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된다. 그동안 허세로 앞세웠던 그들의 속성이 사실은 지질함이 근원이었다는 점에, 오히려 가여운 마음이 든다는
독자들도 많다.
“처음에는 걱정했어요. 남자들이 화낼까 봐.(웃음) 책 관련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먼저 책을 읽잖아요.
그들(남성)의 피드백이 굉장히 긍정적이어서 안심했어요. 세상이 많이 열린 것 같기도 한데, 또 누가 그런 이야길 하더라고요.
이 책 읽은 남자가 ‘남자들 이렇게 지질하지 않다’라고 발끈하면 더 지질해진다고요.”(웃음)
독자들의 귀여운 항변 중 하나는, ‘혼자 사는 여자가 뭘 안다고 이런 책을 내?’라는 농담 정도다. 정신 분석을 공부하면서
본격적인 심리에세이를 쓴 그녀이기에 이 정도 멘트는 가볍게 넘겨도 되겠지만, 본인의 입장 표명은 정확하다.
“여중, 여고를 나오고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남성 문화를 접했어요. 90%가 남자였어요.
그때까지 제가 전혀 몰랐던, 낯선 행동을 하는데 ‘저들은 왜 그러지?’라는 생각을 늘 했어요. ‘
이건 아니다’ 싶은 경우가 많았죠. 이후 이어진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호기심이 많은 그녀의 선택은 심리 책이었다. 서재 한쪽에는 남성 심리에 대한 책이 쌓여갔다.
꾸준히 심리 책을 읽었지만 남성 심리에 관한 책은 50권도 안 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고 한다.
남성의 심리를 좀 더 알아보고자 하는 욕망이 커졌고, 가부장적인 남자에게 사랑받으려는 역할만 하려고 하는 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녀는 살아보니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몰라서 생기는 이런저런 갈등이 많더란다.
특히 그것으로 괴로워하는 것은 대부분 여자들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사랑할 때 여자는 9를, 남자는 1을 줘요. 그렇게 다른 것이 남자와 여자예요.
우리 사회에 남녀 간의 갈등이 심한데, 그만큼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도 굉장한 것 같아요.
물론 남자들이 자신을 성찰적으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고요.”
그것만 해결되어도 남녀 문제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동안 많은 부류의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녀는 여성들이 아직도 어른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심리적인 아기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고 한다.
결국 여자들이 고통받는 것은 누군가 본인을 케어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며,
남자도 사실은 의존성이 높고 가여운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 talk 1
도망가고 피하는 남자?
남자들의 책임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자들의 인생에는 슬그머니 사라진 남자들이 한두 명쯤 있다.
소개팅으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질 때 “곧 연락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연락 없는 남자, 데이트 시간 장소를
철석같이 약속하고는 영원히 종적을 감춘 남자, 달콤한 허니문을 꿈꾸며 섹스를 나눈 후 ‘아무래도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메모를 남겨놓고 그 밤에 사라진 남자.
…남자들이 여자로부터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이유 중에는 책임감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클 것이다.
그중에서도 결혼은 남자들이 가장 큰 중압감을 느끼는 인생 일대사이다.
어떤 남자는 여자가 결혼을 재촉하면 이별을 통보하고, 어떤 이는 결혼을 약속한 후에 사라진다.
예비 신부들은 대부분 결혼식을 앞두고 예비 신랑이 취하는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마음 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용기를 내어 결혼한 남자가 다시 한 번 책임감에 짓눌리는 시점은 아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린다.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질 만한 역량이 있는지,
한 아이를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등등.
간혹 유년기가 행복하지 않았던 남자들은 아기의 출생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것은 무의식 깊은 곳에 올라오기 때문에 한층 생생하면서 의식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이번 책 작업을 하면서 남자라는 존재에 대한 가장 지배적인 생각은 ‘가여움’이에요. 오히려 그들이 남성 중심 사회의
피해자이거든요.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은 여자들의 상상을 초월해요.”
남자들은 책임감에 짓눌려 사는 존재다. 그것이 없다면 자기 존재를 증명할 길이 없다고까지 느낀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처럼 여긴다.
남자의 인생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과도한 책임을 떠안을 때가 아니라,
책임져야 할 대상도 역량도 없을 때다.
그래서 남자들은 책임감을 보물단지처럼 부둥켜안고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책임감 그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연인이나 아내가 떠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적인 면에서이기도 하고 성적인 면에서이기도 하다.
섹스 후에 “좋았어?” 하고 묻는 남자들이 예의 없고 무심하다고 뒷말을 하지만, 그들이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것 역시 책임감에서 기인한 남자의 대표적인 행동이다.
# talk 2
질투하고 경쟁하는 남자?
남자는 두려운 대상을 비난한다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팔걸이를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남자들을 본 일이 있다.
청년과 중년인 두 남자는 각자의 팔꿈치 하나를 팔걸이 위에 올려놓고 은근히, 그러나 끈질기게 서로를 밀치고 있었다.
사소한 일에 혼신을 다해 경쟁하는 모습은 너무나 기이해서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남자에게 경쟁은 삶의 기본 속성이며, 유희이며, 일종의 의식이다.
그들의 놀이나 대화는 경쟁 요소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경쟁을 통해 조직의 위계질서를 정립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인한다.
친구조차 자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할 만해야 친구로 삼는다.
경쟁이 너무나 중요한 아버지들은 아들이 친구에게 맞고 들어오면 달래주는 것이 아니라 불같이 화를 낸다.
마치 자기가 패배한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아들이 삶의 어느 시기에 패배나 절망을 경험할 때도
아버지들은 위로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에서 이들은 여전히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눈에는 아무래도 이상해 보이는 남성 문화 중 한 가지가 바로 남자 화장실 소변기 구조다.
모든 건축물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안락함을 보장하는 쪽으로 바뀌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남자들의 몸에 밴 경쟁심 때문에 그래요. 얕은 칸막이 너머로 상대의 모든 것이 보이는 상황에서 볼일을 볼 때마다
남자들은 옆 사람을 곁눈질하면서 묘한 경쟁심을 느끼잖아요.
세상 어떤 남자도 화장실 구조를 문제삼지 않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경쟁심을 문제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죠.”
남자들은 경쟁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고, 경쟁자의 속사정을 알고 있어야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낀다.
수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폭력 장면이 남자 화장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김형경 작가는 경쟁심은 남자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첫 번째 생존법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남편이 직장 동료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을 뿐인데 불같이 화를 내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남자 배우를
마구 비난한다면, 잠재된 남자들의 속성이 발현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talk 3
집에선 입을 닫은 남자들?
모든 중년 남자는 위태롭다
많은 이들이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 세를 넘어서는 고비에서 삶의 허망함에 사로잡힌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것을 이룬 이들은 그들대로 허무하고, 이제는 결코 꿈을 이룰 수 없게 된 이들도 그 앞에서 좌절한다.
중년 여성들의 ‘빈 둥지 증후군’도 비슷한 심리적 현상이다.
남편과 자녀에게 자기 생을 온통 투자했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자녀들이 성장해 떠나면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년 남자들도 자기 생이 억울하다고 느낀다. 술에 취한 채 잠들었다가 술이 깨면서 잠에서 깨는 새벽 서너 시쯤,
부엌에서 물 한 잔 찾아 마신 후 거실에 앉아 있으면 두통과 함께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내 인생은 대체 무엇인가. 나는 가족에게 돈 벌어다주는 기계인가?’
그는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없다고 느낀다.
그토록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도 집에는 위안이 없다. “심리학적으로 중년을 35세부터 55세나 60세로 봐요.
그중 특히 중년의 위기, 혹은 중년의 전환기라 불리는 심리적 격변을 경험하는 나이는 대체로 38세부터 43세 정도.
그 시기에는 쉽게 우울해 보이거나 병든 듯 무력해 보이죠.
자기 삶에 의문을 갖고, 삶을 수정하고 싶어 해요. 남자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중년의 전환기에서 삶의 판을 뒤엎고 자기 인생을 찾아 멀리 떠나는 것보다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해결 방법은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는 일이다. 많은 중년 남성이 뒤늦게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불행히도, 외도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중년의 위기에서 필요한 것은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문제를 찾는 일이다.
그동안 회피해온 감정 영역을 점검하고, 덜 발현된 인간성의 좋은 면을 알아차리고 계발해야 한다.
그것이 뒤늦게라도 성장하고 싶은 욕구라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김형경은 그 방법 중 하나로 정신 분석을 추천했다.
김형경 역시 중년의 위기를 겪었고, 꽤나 혹독하게 치러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문득 더 이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찾아왔다.
인생을 다 산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살지 않은 듯도 했다.
그때 접했던 정신 분석을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이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물론 여전히 정신적인 성장을 배부른 고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테라피를 찾아다니면서
자기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다양한 테라피 프로그램이 있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자기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무작정 테라피 상품을 쇼핑하러 가지 말고, 치료 메커니즘이 어떤지를 먼저 알아보고
가셔야 해요. 심리나 정신 분석 관련 책을 10권 정도 읽고 가면 도움이 됩니다.
큰 틀을 모르고 가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면 용기와 정직함이 필요하다고 한다.
주변만 빙빙 돌다가 ‘아무 효과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 두 가지가 결핍되어서란다.
테라피 받으러 가서까지 자기의 지질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거나, 고통을 회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형경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행복해 보인다’는 인사다.
“행복하다고 생각하거나 느끼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인다면 굉장히 많이 삶을 내려놨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저런 욕망에 시달리지 않는 얼굴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 아닐까요.”
인생의 비슷한 길을 걷는 우리 모두에게 결국 누구나 자기를 찾는 과정을 한번쯤 겪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조언이다.
‘어떤 경험을 하든지 한 번은 홀로서기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
김형경이 여자들 그리고 남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속내는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저서 < 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
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 출판사 서평 > 여자도 모르고, 남자 역시 잘 몰랐던 남자 이야기 『천 개의 공감』『만 가지 행동』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고의 심리 에세이스트인 김형경 작가가 이번엔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남자들, 신화와 소설에서 만나는 남자들의 내밀하면서도 찌질하고,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외로운 인간의 모습을 만나고 그를 위로하게 된다. 여자들이 잘 모르는, 남자들 스스로도 잘 몰랐던 남자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반씩을 채우고 있으면서도 온전한 하나를 이루지 못했던 남자와 여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활짝 열게 될 것이다.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서로를 탓하고, 한편으로는 서로에게 사랑과 위안을 갈구한다. 어쩌면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더욱더 서로를 알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할까? 남자들은 왜 중요한 순간에 여자를 버리고 도망칠까? 남자들은 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까? 남자들은 왜 자동차의 작은 흠집에도 그토록 흥분할까? 남자들은 왜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할까? 남자들은 왜 여자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남자들은 왜…… 이렇듯 남자들에 대한 일상의 의문들은 끊이질 않고 잘 풀리지도 않는다. 남자,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아마 여자들은 평생을 살아도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지 모른다. “남자로도 살아보고 여자로도 살아봤던”(155면) 그리스신화 속 테이레시아스나 알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날카롭고도 유쾌한 시선으로 주변의 사례와 진솔한 경험담을 나누며, 남자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한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인 동시에 자신을 들여다보는 의미있는 과정이 되길 응원한다. 슬픔을 느낀다. 술자리에 마주앉기, 함께 술 마시기, 함께 취하기,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남자는 위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는 말을 할 줄 모르고, 상대방을 감싸안아 편안하게 해주는 행동을 할 줄 모른다. 술자리는 그 자체로 남자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그들은 슬프다고 말하는 대신 술을 마시고, 기쁘다고 말하는 대신 노래방에 가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른다. 우리나라 특산품인 ‘폭탄주’의 이름은 그 술잔을 돌릴 때 남자들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훌륭한 은유이다. (98~99면) 자기들의 언어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데 반해 여자들의 언어는 산만하고 무질서하다고 폄하한다. 남자들이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진짜 이유가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서 듣고 싶어하는 말은 부드러운 위로와 사랑의 말일 것이다. (102면) 이모저모를 들여다보고 이를 바탕으로 남녀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룬다. 어머니와의 애착관계가 이후 남자들이 맺는 친밀한 관계의 원형으로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을 살피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경쟁심과 남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의 근원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리비도의 대부분을 남자에게 투여하지만, 내면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 불안을 느끼는 남자들은 대신 술과 자동차, 혹은 사물들에 자신의 리비도를 분산해서 투자하기를 즐기는 것. 또한 남성들에게 모든 감정과 욕구를 해결하는 유일한 창구인 ‘섹스’에 대한 고찰과, 욕망 그 자체인 남자의 시선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다.
남자의 충족되지 못한 의존성, 상처받은 나르시시즘이 어떻게 분출되어 관계를 다치게 하는지를 살피고,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외부의 두려운 대상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남자들의 방어기제들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함께 고민하며, 여성이 주도해나가는 남녀 관계 변화에 대해 남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그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조화롭게 관계를 맺고 지낼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사례와 참고서적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해박한 심리학적 식견과 특유의 통찰로 남성들의 내면과 남녀 관계를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저자는 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며, 먼저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뜨끔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 책 곳곳에 배어 있는 저자의 따뜻한 통찰은 여성들에게는 남자들에 대한 환상과 오해를 덜어낼 수 있는 기회를, 남자들에게는 자신도 깨닫지 못한 자신의 내면을 깨닫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럼으로써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내 남자, 내 아버지, 동아리 선배, 기러기 아빠 김부장님, 경비 아저씨의 마음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답답하고 복잡했던 남녀 사이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의존성을 버리고 서로가 스스로 어른이 되어가기 위해 한발짝 더 내디딜 수 있게 된다. 미숙한 생존법, 성격의 왜곡된 측면을 알아차려 각자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면의 불편이 해소되고 관계가 개선된다. 자기 마음이나 행동은 볼 줄 모르면서 상대방을 원망하던 태도가 바로 문제의 핵심이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326면) 지난 11월 13~16일, 페이스북(창비,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과 교보문고(영등포점, 종로점, 강남점), 영풍문고(종로점, 김포공항점), 반디앤루니스(종로점) 등 SNS와 대형 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진행된 이벤트에서는 3,500여명의 남녀가 활발하게 참여해 ‘이해할 수 없는 남자 유형’의 순위를 매겼다. (설문 항목에 해당하는 남자들의 사례는 책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남자라면 한두번, 혹은 일곱번 모두 속으로 뜨끔해할 ‘도무지 알 수 없는 남자 베스트 7’의 결과는? 김형경은 이러한 남자의 심리를 “여자의 유혹에 약하게 진화되어”온 진화심리학과 “남자의 나르시시즘”, 미국 저널리스트 로저 로젠블랫의 저서 등을 통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3부 2장) 남자들이 웨이트리스가 웃기만 해도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하여, 주문을 받은 후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와 사랑의 도피행을 꿈꾼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 까페나 식당에 가면 남자 손님들은 주문받으러 온 여종업원의 낯빛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 남자들이 그토록 유혹에 약한 이유는 그들이 치명적 나르시시스트이기 때문이다. (184~85면) 담담한 언어로 대변하듯 정리해주며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온기가 더해지고 연륜이 깊어지는 그 통찰은 거기에서 배어나오는 여유와 너그러움으로 독자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남자를 위하여』는 주변의 남자들에게 상처받은 여자들,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불편해하는 남자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겪게 될 무수한 고비들을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남자를 위하는 현명한 여자를 위한, 여자를 위하는 진솔한 남자를 위한 책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人文,社會科學 > 人文,社會'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유지의 비극 [Tragedy of the Commons] (0) | 2018.11.19 |
---|---|
사회자본론 - 집단행동의 딜레마 (0) | 2018.11.19 |
[김병수의 감성노트] 자기 초점적 주의 (0) | 2018.11.18 |
“백년 뒤 로봇이 인간 지배” 호킹 예언 실현 막으려면 (0) | 2018.11.16 |
[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63〉코끼리의 애도 (0) | 2018.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