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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파 거장 작품 한자리에..파리시립미술관 소장 걸작선 '피카소와 큐비즘' 전

바람아님 2019. 1. 9. 09:37
동아일보 2019.01.08. 16:57
‘피카소와 큐비즘’ 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로베르·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가로 세로 5m가 넘는 대형 장식화‘리듬’ 연작. 화면에 기하학적 공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디지털’, ‘몰입형 미디어’ 같은 전시로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눈을 가까이 갖다댔을 때 보이는 화면의 질감과 세세한 표현은 원화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프랑스 파리의 화려한 시절 활약한 화가들의 유화를 직접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파리시립근대미술관 소장품 90여 점을 소개하는 ‘피카소와 큐비즘’ 전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06년 시작된 입체파 시대 110주년을 기념해 3년 전 기획됐다. 시기별로 구성된 전시는 폴 세잔의 풍경화 두 점으로 시작한다. 서양화의 전통적 원근법을 무시하고 해체하듯 그린 세잔의 풍경은 후대 화가들에게 충격을 줬다. 세잔 회고전을 본 피카소와 브라크도 그의 영향으로 한 그림에 여러 시점을 넣은 ‘입체파’ 그림을 그린다. 입체파의 기원을 소개하는 첫 번째 전시관은 피카소는 물론 앙드레 드렝, 라울 뒤피 등 그의 영향이 뚜렷이 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피카소는 “세잔은 우리 화가들의 아버지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전시 총감독인 서순주 박사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은 두 번째 전시관은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파 회화를 만날 수 있다. 이 때만해도 두 화가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입체파 회화를 연구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서로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화풍이 비슷하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감에 모래를 섞거나 신문지를 오려 붙이는 등 나름의 실험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뒤로 이어지는 전시관은 후대 입체파 화가들의 경향을 보여준다. 마르셀 뒤샹의 맏형인 자크 비용, ‘입체파’ 책을 쓴 알베르 글레즈와 장 메챙제의 작품 등을 선보인다. 입체파의 영향 아래 각 작가들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에 전시된 로베르 들로네, 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대형 회화 4점은 80년 만에 파리시립근대미술관 밖으로 나온 작품들이다. 거대한 규모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 지게차를 동원했고, 설치를 위해 보존 전문가 2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이들 그림은 1938년 튈르리 살롱전 조각실을 장식하기 위해 전시 조직위원회가 의뢰한 것들로, 이듬해 파리시에 기증돼 파리시립근대미술관의 소장품이 됐다. 피카소 작품보다는 입체파의 다양한 면면을 알고 싶은 관객에 적합한 전시다. 3월 3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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