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왜 名畵인가] [7] 이마동의 '남자'

바람아님 2013. 12. 10. 08:44

(출처-조선일보 2013.12.10 현대미술관회 회장·의사)


아, 그리운 나의 미술 선생님  이성낙

한국 근대 회화 대표작 100점을 만난다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실에 들어서자 '남자'가 우뚝 서서 나를 반겼다. 작가 이마동(李馬銅·1906~1980)이 나에게 드넓고 아름다운 미술 세계를 열어준 스승이었으니 더욱 반가울 수밖에.

1932년 제11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한 '남자'는 이마동이 도쿄미술학교의 졸업을 한 해 앞둔 1931년 작품. 25세 청년이 젊은 '남자'를 그린 것으로, 화가의 자화상인 셈이다.

 이마동의 1931년작‘남자’. 가로 87㎝, 세로 11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내가 보성고등학교에 다니던 1950년대, 그는 미술 교사였다. 작품 속 인물은 내 스승이었던 그의 몸집보다는 말라 보이지만, 따스한 정감을 풍기는 미남형이었던 얼굴만은 그대로다. '남자'가 입은 감색 정장, 베이지색 터틀넥 셔츠, 앞 단추를 끌러 젖힌 바바리코트,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은 영자 신문을 불끈 쥔 모습에서 당시 자유분방한 '모던 보이 청년'의 기풍(氣風)이 스승의 멋진 모습과 오버랩된다.


멋진 옷차림과는 달리 배경은 어둡다. 젊은 '남자'는 현실을 외면이라도 하고 싶은 듯 먼 곳을 응시한다. '남자'의 얼굴에서 일제 강점기를 살아야 했던 한 세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힘 있는 터치가 그 무거운 분위기에 묻혀버린다. 그림 속 스승의 얼굴을 뵙고 미술관을 나오며 우리 근대 회화사의 걸작 100점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궁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정취를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