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고나르의 분홍색 비단슬리퍼, 신윤복의 마루 앞 벗어놓은 두 신발
모두 남녀 간의 사랑 표현한 것이죠
만화영화 '장화신은 고양이'에 나오는 주인공 푸스는 고양이인데도 사람처럼 장화를 신고 나와요. 푸스에게 신발은 자부심을 의미해요. 평범한 고양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상징물이죠. 이처럼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신발 주인의 개성과 욕구를 드러내는 도구가 되기도 해요. 또한 사회적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징표가 되기도 합니다. 창의성이 뛰어난 예술가들은 신발을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지요.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작품에서 확인해볼까요?
- ▲ 그림1. 프라고나르, ‘그네’, 1767년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도 남녀 간의 연애풍속도를 신발을 빌려 표현했네요.
그림 2에서 어떤 하녀가 술병과 술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방으로 가져가고 있네요. 화가는 방안에 한 쌍의 남녀가 있다는 것을, 벗어놓은 두 켤레 신발로 알려주고 있어요. 검은 가죽신은 남자 신발, 붉은 가죽신은 여자 신발이거든요. 왜 방안에 있는 남자와 여자 의 모습을 그리지 않고, 문밖에 벗어놓은 두 켤레 신발만 그렸을까요? 남녀 간의 사랑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했던 조선시대에 간접적인 표현 방식으로 연애 풍속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죠. 신윤복의 풍속화와 프라고나르의 풍속화를 비교하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두 화가가 비슷한 시대에 활동했다는 것과 연애풍속도를 신발을 빌려 표현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암시를 통해 연애풍속을 말하는 신윤복의 풍속화가 프라고나르의 풍속화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윤복의 그림은 상상력이 현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진흙 묻고 찢어진 낡은 구두는 가난을, 고급 신발은 물질적 욕망 나타냈어요
19세기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가 그린 그림 3은 신발이 사회적 신분과 지위, 경제력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려주네요. 흥미롭게도 이 그림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낡은 구두네요.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그림 속의 구두는 왼쪽 구두 2개라고 주장했죠. 고흐는 왜 진흙이 묻어 있고 가죽이 찢어진 헌 구두를 그렸을까요? 낡은 구두를 그린 것은 신발 주인이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예요. 왼쪽 구두를 2개 그린 것은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죠. 여러분이 같은 쪽 신발 둘을 양쪽 발에 신고 걷는다고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발이 불편하겠어요? 고흐는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인생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굳센 각오를 구두를 빌려 말하고 있죠.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쩡판즈는 그림 4에서 반 고흐와는 정반대로 값이 비싸고 디자인도 세련된 남성용 구두를 그렸네요. 이 신발 주인은 최신유행을 따르는 멋쟁이군요. 최상품 가죽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패션구두인 것을 보면요. 쩡판즈는 고급 남성용 구두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한 걸까요?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시장경제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을 보여주려는 거예요. 값비싼 상품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준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지요. 물질적인 욕망을 채우는 대신 정신적인 부유함을 추구하라는 삶의 메시지를, 젊은 세대들이 탐내는 고급구두를 빌려 표현한 거죠.
미국의 작가 로리 롤러는 '신발의 역사'라는 책에서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신발이 있다. 신발은 삶의 방식, 노동의 형태, 여가 생활에 대해 다른 어떤 개인 소유물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말했어요. 여러분도 신발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인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쩡판즈는 그림 4에서 반 고흐와는 정반대로 값이 비싸고 디자인도 세련된 남성용 구두를 그렸네요. 이 신발 주인은 최신유행을 따르는 멋쟁이군요. 최상품 가죽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패션구두인 것을 보면요. 쩡판즈는 고급 남성용 구두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한 걸까요?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시장경제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을 보여주려는 거예요. 값비싼 상품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준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지요. 물질적인 욕망을 채우는 대신 정신적인 부유함을 추구하라는 삶의 메시지를, 젊은 세대들이 탐내는 고급구두를 빌려 표현한 거죠.
미국의 작가 로리 롤러는 '신발의 역사'라는 책에서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신발이 있다. 신발은 삶의 방식, 노동의 형태, 여가 생활에 대해 다른 어떤 개인 소유물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말했어요. 여러분도 신발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인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