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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악수 패싱'/<오후여담>대통령 부인의 '악수 패싱'

바람아님 2019. 5. 23. 08:30

[만물상] '악수 패싱'

조선일보 2019.05.22. 03:16

 

악수와 관련한 무례 가운데 전설은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다. 축출되기 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엘리자베스 여왕과 악수한 차우셰스쿠는 여왕이 보는 앞에서 손을 소독 수건으로 닦았다고 한다. 김정은도 서명할 만년필까지 미리 소독하지만 악수한 뒤에 곧바로 이러지는 않았다. 악수가 세균을 옮기는 통로는 맞는다. 손에는 세균이 평균 150가지, 수만 마리 사는데 악수하는 순간 예외 없이 건너간다고 한다. 차우셰스쿠는 그렇게 요란을 떨더니 세균이 아니라 자동소총에 난사당해 사망했다.

▶악수는 무기를 쥐고 있지 않음을 상대에게 보여주고자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원초적 인사법인 셈이다. 악수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정의한 '개인적 거리(45~120㎝)'를 유지하면서 친밀한 거리(45㎝) 안으로 살짝 들어가는 행위다. 악수는 손이 아니라 마음을 잡는 것이란 말도 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에선 가장 비중이 큰 게 악수일 것이다.

▶악수는 정치인들에겐 상당히 정치적 행위다. 악수 방식에 여러 함의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과 손을 잡아 붕대까지 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통증 때문에 손을 슬쩍 잡고 마는 식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악력이 셌다. 손을 잡고 좀 과하게 흔들기도 했다. 그 정도가 강할수록 친밀도가 높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중간 정도였다고 한다. 150㎝ 단구 중국의 덩샤오핑 전 주석은 키 큰 서구 정상과 악수할 때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일왕(日王)과 만나 90도 허리 굽혀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방식의 악수로 정치적 의사를 내보였다. 일부러 상대 손을 잡아당겨 상대가 휘청이게 만들었다. 아베 일본 총리와 악수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토닥였고,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할 때는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악수를 거절하는 것은 명백하고 강렬한 적대감의 표현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악수를 청했지만 트럼프는 딴청을 피웠다. 지난해 펜스 미 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장에서 북한 김영남과만 악수하지 않고 퇴장했다.

▶5·18기념식 때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기를 거절했다는 '악수 패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고의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현장에 있거나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김 여사의 패싱에서 고의성이 느껴진다고 한다. 대통령 부인이라면 야당 대표와 웃으며 악수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더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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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대통령 부인의 '악수 패싱'

문화일보 2019.05.22. 11:50

이현종 논설위원

정치권이 때아닌 악수(握手)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8일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김정숙 여사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런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3부 요인과 각 당 대표들에게 악수로 인사하고, 뒤따라 김 여사도 그렇게 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일부 과격 단체의 저지를 뚫고 힘들게 입장한 황 대표에게 김 여사가 악수를 청하지 않고 지나쳤다. 한국당은 “김정은하고도 공손하게 악수했던 김 여사가 황 대표와는 의도적으로 악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속도를 맞추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지나쳤다”고 해명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5·18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일종의 추궁”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황 대표가 광주에 왔을 때 대응 요령으로, 눈을 마주치거나 악수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을 김 여사가 실천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어쨌든 영부인이 의도적이건 아니건 몇 초도 걸리지 않는 악수를 제1야당 대표와 하지 않고 지나친 것은 오해받을 만한 일인 건 분명하다.


악수는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묘비에 새겨진 그림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습관인데, 수백 년 전 잉글랜드에서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악수를 했다고 한다. 오른손이 칼을 잡는 손이라 주로 오른손으로 하고 지금은 존경과 친교의 표시로 일반화했다. 연륜이 있는 정치인들은 유권자들과 악수만 해도 그 강도와 온기 등에 따라서 지지자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정도라고 한다.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 감독은 매일 아침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해보면 강도, 체온 등에 따라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할 수 있다고 한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루에 워낙 악수를 많이 하다 보니 절대 힘주어 손을 잡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 때 유권자들이 손을 너무 꽉 잡아서 붕대를 감고 다녔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악수를 세게 하는 것을 외교적 기 싸움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악수를 하지 않는 것은 일단 상대방에게 신뢰가 없고 경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청와대와 한국당이 서로 독재자라고 날 선 대립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 여사의 악수 패싱이 정국을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