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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06] 수명

바람아님 2013. 12. 23. 09:36

(출처-조선일보 2011.04.1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Don't Worry, Be Happy"―1988년 바비 맥페린이 불러 그 해의 음악으로 뽑힌 아카펠라(a capella) 노래이다. 그런데 "걱정일랑 붙들어 매, 그저 행복하면 돼"라는 생각이 장수와 건강에는 전혀 이롭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21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은 1910년경에 태어난 소년 소녀 1500명을 선발하여 성격·직업·인생관은 물론, 결혼과 이혼 경력, 건강 상태 등을 추적하는 장기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무려 80년간의 연구 자료를 그의 후학들이 정리하여 최근 '수명 프로젝트(The Longevity Project)'라는 제목의 책으로 내놓았다. '나는 몇 살까지 살까'라는 사뭇 노골적인 제목으로 원저의 중후함이 조금 손상되긴 했지만 거의 동시에 우리말 번역서도 나왔다.

최근 원광대학교 김종인 교수 연구진도 1963년부터 2010년까지 신문에 실린 3200개의 부음기사와 통계청 사망 자료를 바탕으로 직업인들의 평균 수명을 분석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인이 82세로 가장 장수를 누리고, 이어서 교수·정치인·법조인이 77~79세로 오래 사는 반면, 언론인·체육인·작가는 67~72세로 비교적 단명하며 연예인은 65세로 거의 '요절'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 '수명 프로젝트'는 뜻밖에도 어렸을 때 명랑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났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조신한 사람들보다 훨씬 일찍 죽었다고 보고했다. 지나치게 낙천적인 사람들은 쓸데없이 객기를 부리며 건강에 해로운 일을 반복하며 모험심이 너무 강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 쉬워 스스로 수명을 단축하는 경향이 있다.

'수명 프로젝트'는 또 매일 열심히 일하는 '개미'가 유유자적하는 '베짱이'보다 훨씬 오래 산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맥페린은 '침묵의 성자' 메헤르 바바(Meher Baba)의 가르침에서 영감을 얻어 "Don't Worry, Be Happy"를 작곡했다는데, 바바(Meher Baba)는 원래 "최선을 다하라. 그런 다음에는 걱정하지 말며 내 은총 안에서 행복하라"고 가르쳤다 한다.

예전에 우리는 연예인을 흔히 베짱이에 비유했지만, 요즘 그들은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산다. 앞으로 연예인의 평균 수명도 늘어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