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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27] 마이클 잭슨 10주기

바람아님 2019. 6. 26. 09:15
조선일보 2019.06.25.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꼭 10년 전 오늘 우리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떠나보냈다. 밤 늦게까지 공부한답시고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실제로는 팝 음악 듣기에 바빴던 까까머리 시절 나는 매일 밤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국내에는 '벤(Ben)'이 훨씬 많이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갓 투 비 데어(Got to be there)'를 정말 좋아했다.

1972년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해였다. 돈 매클린(Don McLean)이 부른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와 '빈센트(Vincent)'를 비롯해 '얼론 어게인(Alone Again)' '하트 오브 골드(Heart of Gold)', '린 온 미(Lean on Me)' 등 제목만 들어도 추억에 잠길 곡들이 그 한 해에 쏟아져 나왔다. 당시 겨우 열네 살이던 마이클 잭슨은 '벤'과 '로킨 로빈(Rockin' Robin)' 두 곡을 '빌보드 차트 100'에 올렸다. 1982년에는 '스릴러(Thriller)'가 무려 6600만 장이나 팔리며 앨범 판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1983년 미끄러지듯 뒷걸음질치는 문 워크(moon walk)를 선보인 '빌리 진(Billie Jean)'은 또 어떤가? 당시 거울 앞에서 이 춤 동작을 흉내 내보지 않은 사내가 과연 있었을까? 문 워크는 비록 그가 개발한 춤은 아니었지만 훗날 그를 팝 가수로는 유일하게 '춤 명예의 전당(Dance Hall of Fame)'에 오르게 해주었다.

이런 그가 어쩌다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약물 중독, 피부 표백 등으로 그처럼 처절하게 몰락해야 했는지 너무나 아쉽다. 형들과 함께 잭슨 파이브(Jackson Five)로 활동하던 시절 그는 청아한 목소리만큼이나 귀엽고 반듯한 소년이었다. 그의 사망 10주기를 맞으며 그의 아름다웠던 모습만 기억하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인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