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7.06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수술방에서 졸고 있는 인턴에게 나가라고 말했다가 인턴이 들어오지 않아 당황했다는
의사 친구의 말을 들었다. 문제는 이 일에 대한 고등학생 아들의 반응이었다.
나가라고 해서 나갔는데 왜 열 받느냐는 물음이었다.
그의 진의는 세수라도 하고 돌아와 정신 차리고 수술에 집중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행간을 읽지 못하는 건 세대 차이일까, 소통 차이일까.
알아서 공부하라는 교사와, 범위와 방법을 정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공부하느냐고 묻는 학생 사이의 거리는 멀다.
인강(인터넷 강의) 세대에게는 자율을 말하는 교사보다 '꿀팁'을 찍어 알려주는 강사가 익숙하다.
하지만 꿀팁으로 가득한 지름길로만 정상에 오르면 지도 밖의 새로운 길은 도전하지 못한다.
'하면 된다'는 긍정과 행동주의가 몸에 밴 기성세대가 안타까워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되면 한다'고 믿는 세대에게 그것은 억지처럼 느껴질 수 있다.
IMF 외환 위기를 겪은 부모 세대의 실패를 내면화한 이들에겐 안정에 대한 열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다음소프트가 발간한 '2019 트렌드 노트'에는 이런 세대별 특징이 잘 정리되어 있다.
빅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모든 게 불확실한 세대에게 효율이 시대정신이다.
요리할 때만 해도 어머니 세대가 쓰던 감으로 '적당히'보다 '소금 10그램'이라는 식의 계량이 더 편하다.
'저녁 있는 삶' 같은 모호한 말보다 '칼퇴나 월차'처럼 자신의 권리를 확실히 사용하고 싶어 한다.
인생 전반의 균형을 말하는 '워라밸' 대신 '소확행'이 부상하는 것도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이다.
두 침대가 붙어있어 각도와 기울기를 각자 정할 수 있는 모션 배드가 신혼부부에게 유행하고 있는 것도
'함께하지만 따로'인 생활 방식을 반영한 것이다. 젊은이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시대가 변하고 있다.
"살아남는 자는 가장 강한 자도, 가장 현명한 자도 아닌 변화하는 자다."
찰스 다윈의 말이다. 자연은 그렇게 변화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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