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6.01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핀란드에는 '각설탕 쌓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얼핏 봐도 쉽지 않은 이 미션의 진짜 목적은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아이들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특정 부서는 공학자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하게 하는 조직 문화가 있다.
그렇게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실험하는 우주선이 공중에서 폭발할 때마다 우주 비행 관제 센터는 박수와 격려로 채워졌다.
찰스 두히그는 그런 반복 행동이 조직의 습관이며 혁신의 힘이라고 정의했다.
실패할 때마다 그것이 '시도의 증거'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하지만 실패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는 심리 치료사입니다'라는 책을 보다가 미술 선생님에 관한 글을 읽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그림을 그릴 때 지우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실수를 지워 버리지 마세요. 그것을 아름답게 만들어 보세요."
살다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실수로 얼룩진 나를 빼내 오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런데 문득 내 실수를 지우지 않고 남겨둔 채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렸다면 어떤 모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을 그리려다가 잘못해 삼각형을 그렸다거나 동그라미를 그리려다가 각진 부분이 많아 포기했더라도
만약 그 위에 다른 선을 조금씩 그어볼 수 있었다면 지금과 다른 그림이 되었을지 모른다.
실패학의 대가 '하타무라 료타로'는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를 구별 하라 말한다.
좋은 실패는 새로운 도전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고, 나쁜 실패는 자만심과 부주의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어쩌면 실수와 실패가 더 나은 길로 가는 여정일 때도 많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다시 한 번 시도할 때 우리는 나아간다.
스코틀랜드에 이런 속담이 있다.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맞지 않는 복장이 있을 뿐이다. 날씨는 계속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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