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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더 리얼해야 금지된다?/리얼돌 논란, 판매자들에게 물었다/ "성 상품화" vs "사생활"..계속되는 '리얼돌' 논란

바람아님 2019. 8. 11. 08:09

[인턴액티브] "성 상품화" vs "사생활"..계속되는 '리얼돌' 논란


연합뉴스 2019.08.11. 06:00

 

"'아동 리얼돌'만큼은 꼭 규제해야" 지적도

 한 성인용품 업체의 리얼돌 수입을 허가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성인용품 업계는 "사생활 영역이므로 국가가 간섭해선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여성계는 리얼돌이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고 반발한다. 해외에서 아동 모습을 본뜬 리얼돌이 판매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반입 가능성이 거론되자 아동 성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아동 리얼돌' 만큼은 꼭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성적 자기 결정권 VS 여성 인격권

리얼돌 합법화를 찬성하는 측은 "리얼돌을 반대하는 움직임은 성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무조건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대법원 판결을 끌어낸 당사자인 수입·판매업체 '부르르닷컴'의 이상진 대표는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리얼돌을 이용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의 영역으로 봐야 하며, 장애인 등 성 취약 계층의 성욕 해소를 도울 수 있다는 의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리얼돌 판매 업체 '리얼엔터' 조모 대표는 "리얼돌은 전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으로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성욕을 해소하는 성인용품이 사람 모양으로 생긴 것뿐"이라고 했다.

해외 리얼돌 쇼핑몰 첫 화면. 임산부, 청소년 등으로 리얼돌이 분류돼 있다. [리얼돌 쇼핑몰 캡처]

반면 여성계는 리얼돌 수입 판매 허가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

한국여성민우회 도미 활동가는 "여성형 리얼돌이 남성형 리얼돌보다 훨씬 많은 현상은 사회가 어떤 성별의 욕망을 더 장려하는지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내 리얼돌 업체 5곳이 판매하는 리얼돌 종류를 분석해보면 남성형은 두 종류에 그친 데 반해 여성형 리얼돌은 100가지 이상이었다.


리얼돌의 자극적인 홍보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박아름 활동가는 "리얼돌의 유통이나 판매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여성을 상품화하는 홍보 문구는 여성의 인격권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소아성애 욕구 투영된 '아동 리얼돌', 해외 규제 사례는?

우리나라에 수입이 허가되지는 않았지만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아동의 모습을 한 리얼돌이 판매되고 있다. 인종별로 리얼돌을 분류한 A 사이트에서는 키 100cm의 리얼돌을 '한국의 어린 학생(korea little schoolgirl)' 등의 문구로 소개하고 있다. 관련 규제가 마련되지 않으면 해외에서 판매되는 아동 리얼돌이 곧 국내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미 국내 한 업체가 키 120cm의 리얼돌을 홍보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아동 형상의 리얼돌이 소아성애의 욕구를 자극해 아동 성범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이배근 회장은 "아동 리얼돌은 일반적인 성인보다 힘이 약한 아동을 인형으로 형상화해 소아성애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아동 리얼돌을 시중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된다면 어린이가 성범죄에 희생당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아동 리얼돌이 시중에 판매되면 소아 성애를 향한 욕구가 리얼돌로 인해 해소돼 오히려 성 범죄율이 감소할 것'이라고 옹호하는 시각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는 "단순히 성욕을 해소할 수단이 없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므로 그러한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 리얼돌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소아 형태 리얼돌 [리얼돌 업체 홈페이지 캡처]

한국보다 먼저 리얼돌 판매를 허가한 국가들은 아동 형상의 리얼돌에 대한 규제 법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캐나다가 형법에서 아동 포르노를 성적인 목적으로 18세 미만의 사람을 묘사하는 '모든 물품(any material or items)'으로 정의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영국 검찰도 아동 리얼돌 수입·배포·구매 적발 시 최대 12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하도록 했다.


◇ '아동 리얼돌 금지법' 발의

논란이 일자 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여성가족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로부터 리얼돌 수입에 필요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며 "해당 부처가 가진 개별 법령 사항으로 제한할 부분이 있는지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은 지난 8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 리얼돌'을 제작·수입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영리 목적으로 판매하거나 전시·광고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아동 리얼돌'을 소지한 사람도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 의원은 "현행법상 '아동 리얼돌'에 대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아동이 성적 대상화되고 범죄에 잠재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아동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 착취를 엄격히 금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의 의도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시라도 빨리 아동 리얼돌을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동 및 청소년 인권단체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아동 리얼돌은 최근 들어 새롭게 등장한 아동 형상 성기구"라며 "아동 리얼돌이 유통되기 전에 관련 법안을 마련해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송화 주보배 인턴기자 sending@yna.co.kr, jootreasu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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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더 리얼해야 금지된다?

경향신문 2019.08.10. 10:08

 

리얼돌에 대한 법원의 판단… 정말 ‘사람 같은’ 제품이 나온다면?

대법원 판결로 논란이 된 리얼돌의 일본 제조사에서 현재 판매 중인 상품들. /업체 홈페이지 화면 캡처

리얼돌은 ‘리얼’한가. 언뜻 보면 말장난 같지만 ‘진짜 사람 같은지’ 여부는 리얼돌 수입 및 유통의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31일 성인용품 유통업체인 ㄱ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사유가 없을 경우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곧바로 기각하는 제도가 심리불속행 제도다. 상고심 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원심 판결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경우 ▲원심 판결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해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원심 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해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대법원은 사건이 접수돼도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대법원이 논란이 되는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지만 ‘리얼돌’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사실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 유통에 관한 기준이 이미 대법원 판례로 확립돼 있는데도 1심과 2심의 판단이 달랐을까. 여기에는 리얼돌을 보는 재판부의 판단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었다.


1심과 2심의 다른 판단 기준은

1심이었던 인천지법 행정1부는 인천세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ㄱ사 측이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려 했던 리얼돌이 ‘진짜 사람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인 여성의 전신과 비슷한 형태와 크기로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색깔의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지고, 팔·다리·손가락·허리 등이 사람의 관절운동 범위에 가깝게 구부러질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등 그 전체적인 모습이 실제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점…(중략)…전체적으로 관찰해 볼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7부는 같은 ‘리얼돌’을 놓고 다른 판단을 내렸다. 사람 같지 않다고 본 것이다. 판결문은 “이 사건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그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적고 있다. 결국 같은 리얼돌을 놓고 1심은 너무 실제 인간과 가깝게 제작됐다고 본 반면, 2심은 실제에 가깝지 않은 것으로 본 차이만 존재하는 것이다.


남성 또는 여성의 성기를 본떠 만든 성기구 제품들은 이미 시중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고 유통도 자유롭다. 지난해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성인 여성이 실제 자신의 성기를 본뜬 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시적으로 해당 플랫폼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는 불법이 아니다. 대법원이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성기구는 일반적인 성적 표현물과 달리 성기관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사용되는 도구로, 단순히 성적인 만족이나 쾌락을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나 일시적 혹은 상시적으로 성행위 상대가 없는 경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조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품 생산기술이 발달해 리얼돌이 사실상 인간과 거의 흡사한 이목구비와 피부 재질, 성기 질감을 갖게 됐을 때는 어떨까. 여기에 대한 답은 현재로서는 ‘그때 가봐야 안다’다.

세관당국은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신체의 일부만 본뜬(현재의 기준으로는 조악하기까지 한) 성기구에 대해서도 수입통관 보류처분을 내렸다.


“인간의 존엄성 훼손 때는 판매 금지”

2008년 5월 성인물 수입업자가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인천법원은 세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때 대상이 된 성기구는 여성용 자위기구였다. 당시 인천세관은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을 사용하여 사람의 피부와 같은 느낌을 주며, 모양도 발기한 남성의 성기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이러한 물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성욕을 자극하고 성적인 흥분을 야기하여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고 판단, 수입통관 보류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비록 발기한 성기를 묘사하고 있기는 하나 밝은 살구색의 단일색상으로 이뤄져 있을 뿐’이었다. 2019년 기준으로 이 같은 형태의 여성용 자위기구는 일반 성인매장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물품으로 분류된 셈이다.


최근에는 실제 사람의 신체를 직접 본떠 제작하는 제품이 많아지고 있다. 다만 이 경우도 수입 및 유통상의 문제는 판례상으로는 없다(세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실제 사람의 얼굴을 본뜨고, 실제 사람의 성기를 본떠 만든 리얼돌이라면 어떨까.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놓고 합법과 불법을 논할 수는 없지만 이 같은 논란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또다시 불거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몇 년 사이 ‘정말 사람 같은’ 리얼돌이 등장한다면 그때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훼손 문제, 성적 도의관념 문제 등에 대한 공론화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판단의 기준은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가 2013년 8월 29일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 자위기구를 판매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 판결을 받은 업자가 낸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문의 일부다.


“성기구라고 하여 무차별적으로 판매 등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 형상이나 색깔, 재질 등을 살펴 ‘형상 자체의 자극과 표현의 노골성’을 이유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함으로써 음란한 물건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판매 등이 금지되고, 음란성이 인정되지 않는 성기구 일반의 판매 또는 소지는 금지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따른다면 리얼돌 수입 및 유통의 합법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노골적으로 진짜 같은지’에 달린 셈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유명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얼굴을 ‘커스터마이징(주문제작)’할 가능성을 놓고 비판이 거세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아무리 닮게 만들어도 ‘닮은 인형’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한 리얼돌 판매업자는 “그 연예인 얼굴을 갖다놓고 본을 떠서 만들어도 아직까지는 어색한 수준”이라며 “사진을 가지고 와서 닮게 만들어달라고 해서는 실제에 가까운 외모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정말 리얼돌이 ‘리얼’해지는 세상이 온다면 어쩌면 그때는 대법원도 지금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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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논란, 판매자들에게 물었다

 경향신문 2019.08.10. 10:32

리얼돌을 소재로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공기인형’의 한 장면.

리얼돌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8월 5일, 서울의 한 ‘리얼돌 숍’을 찾았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과 교체할 수 있는 인형의 머리, 가발, 옷, 안경 등이 보였다. 만져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주인 이모씨(35)는 “얼마든지 만지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리얼돌은 인간의 신체를 본뜬 특수고무 인형이다. 남성보다 여성의 신체를 본뜬 인형이 훨씬 많아 여성의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 리얼돌은 실리콘과 TPE(우레탄고무)로 주로 만들어지는데 이날 가게에 있는 리얼돌은 모두 TPE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실리콘이 TPE보다 더 정교하지만 그만큼 더 비싸다.


만져봤더니 지나치게 부드러워 사람의 피부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손 끝에 매니큐어가 발린 인조손톱이 붙어 있었다. 다른 부위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다. 온라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홍보용 사진과 달리 피부색 역시 혈색이 없어 흰색에 가까웠다. 무섭다는 기자의 말에 이씨는 “그렇게 느낄 수 있다”며 “대신 화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한 성인용품업체가 제기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 관세법 제234조와 제237조는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대해 수출·수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세관의 처분이 ‘개인의 성적 결정권 행사에 간섭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똑같은 얼굴로 제작, 불가능하다” 논란이 확산된 건 대법원 판결 직후 일부 업체에서 주문자가 원하는 여성의 얼굴로 리얼돌 제작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부터다. 7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이 리얼돌로 만들어지면 그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은 26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실제로 가능할까. 리얼돌 판매자들은 현 단계에서 ‘커스터마이징(주문제작)’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특정인의 얼굴과 똑같이 만들려면 일단 석고틀부터 만들어야 한다. 틀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실리콘이나 TPE를 부어서 인형을 만든다”며 “똑같이 만들기 위해서는 모델이 있어야 하고, 업체도 모델과 합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특정인의 얼굴과 비슷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있었다. 이씨는 “특정인의 얼굴로 해달라는 주문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도한 적은 없다. 우리가 가진 얼굴은 20~30개 정도”라고 말했다. 온라인 성인용품 숍을 운영하는 김모씨(33) 역시 “얼굴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라 똑같이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커스터마이징뿐 아니라 리얼돌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높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여성을 거래대상으로 보고 비인격화시키고 폭력과 혐오에 둔감해지게 하는 조치가 이뤄졌을 때 성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며 “리얼돌의 존재 자체, 혹은 합법적인 유통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논란은 아동·청소년 모형 리얼돌이다. 한 리얼돌 업체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홍보게시물에는 신장이 136㎝인 리얼돌도 있었다. 이후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의 평균신장이 146㎝라며 거센 비난이 일었다. 성인용품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145㎝ 이하 리얼돌을 ‘캔디돌’이라고 부르며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리얼돌이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 국가에서도 아동·청소년 모형은 금지하고 있다. 영국 검찰청은 지난 3월 아동 리얼돌을 유통하거나 구매할 경우 최대 12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2017년 전직 초등학교 운영위원인 70대 남성이 약 100㎝ 크기의 아동 리얼돌을 소지한 사건이 계기가 돼 아동·청소년 모형은 ‘음란물’로 분류된다. 호주 역시 지난 2월 아동 리얼돌 수입·구매를 금지하는 ‘아동착취 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아동 리얼돌과 아동 성범죄의 연관관계가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사용함으로써 아동이 성적 대상화되고 범죄 위험에 놓일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올해 10월부터 이를 규제하는 법이 시행된다.


리얼돌 판매자들도 아동·청소년 리얼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씨는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인형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논란이 된 136㎝ 인형에 대해서는 “아동을 형상화한 게 아니라 경량화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키가 작을 뿐 얼굴이나 몸은 성인 여성이다. 가슴이 작다거나 얼굴을 아이처럼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코미디언 휘트니 커밍스는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쇼에서 자신을 모방한 리얼돌을 가지고 나왔다. / 넷플릭스 화면 캡처

“5070대 남성이 주요 고객”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리얼돌을 찾는 사람은 존재한다. 해외 제품이 세관에서 통과되지 않았을 뿐이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은 유통·판매돼왔다. 리얼돌을 구매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이씨는 “50대에서 70대 남성이 주고객층”이라며 “50대 부부가 같이 매장을 방문하거나 50대 아들이 70대 아버지와 함께 매장을 방문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숍을 운영하는 김씨도 “인터넷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하는 20~30대 남성들이 리얼돌을 긍정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장애인 남성의 가족과 혼자 사는 중·장년층 남성의 문의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비용이 비싼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교한 리얼돌은 300만원이 넘고 해외에는 1000만원에 가까운 리얼돌도 있다.


이씨는 “어떤 사람에게는 여성과 관계 맺는 게 어렵지 않지만 매장을 운영하면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부 손님이 리얼돌의 손을 잡고 난 다음 얼굴이 붉어지거나, 사람들 몰래 리얼돌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 등을 봤다. 리얼돌이 성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는 리얼돌이 성매매를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전문가인 데이비드 레비는 저서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에서 “성매매 그 자체는 나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섹스로봇은 이런 견해를 극복하면서 성병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성적 욕구와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밝힌다.

성 전문가인 미국 컬럼비아대 마리나 아드셰이드 교수는 저서 <로봇 성: 사회윤리적 의미>에서 “가정의 전자화가 어떤 방식으로 여성이 일하는 시간의 낭비를 줄이고 결혼생활의 질을 향상시켰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부부 사이의 성관계에 대한 압박이 로봇 덕분에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휘트니 커밍스 역시 마리나 교수와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그는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쇼에 자신을 모방한 리얼돌을 가지고 나왔다. 자신이 직접 리얼돌 공장에 가서 만든 제품이다. 그는 리얼돌에 대해 “더 이상 남편과의 성관계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며 “그리고 섹스로봇 설계에 여성이 참여하면 된다”고 말했다.


“섹스로봇 산업 발전했지만 성매매는 줄지 않았다” 물론 반대 의견도 높다. 영국 드몽포르대의 캐슬린 리처드슨 교수(로봇윤리 및 문화학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성매매는 평범한 활동이 아니며 사람을 사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며 “섹스로봇(리얼돌) 역시 사람을 도구화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리처드슨 교수는 리얼돌이 성매매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섹스로봇 산업이 발달하고 있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더욱 많은 여성들이 사이버 공간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성매매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섹스로봇의 상용화는 성매매 시장을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승희 부대표도 “소아 리얼돌은 인권침해이고 성인 여성을 재현한 리얼돌은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지점에 대해 왜 그런 구분이 생기는지 오히려 (판매자들에게) 되묻고 싶다”며 “과도하게 성적 이미지가 투영되고 폭력과 혐오를 용인하는 방식의 모든 리얼돌의 유통이나 수입 금지가 인권을 위해 합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돌에 관해 한국보다 먼저 논의가 시작된 나라들에서 관련 논쟁이 끊이지 않는 점을 볼 때, 한국에서도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 6일 대책회의를 열어 ▲청소년이 리얼돌을 구매하는 등 접근성 문제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 얼굴을 제작해 초상권을 침해하는 등 인권침해 문제 ▲아동·청소년 모형의 리얼돌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범죄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하는 게 좋지만 이미 리얼돌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예 금지하는 건 현실에 맞지 않다”며 “초상권이나 아동 관련해서는 관련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반대 의견에도 공감한다”며 “하지만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 이야기도 들어보고 제대로 공론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