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9.10 김대중 고문) 좌파 지지층 40%만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마지막 계산법… 여기에 국민은 없다 김대중 고문
문 정권이 벌이고 있는 이른바 '대한민국 개조 작업'이 과연 대통령 한 사람의 머리와 힘으로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5년 전 세월호 사건, 박근혜 흔들기, 촛불 시위 그리고 탄핵에 이르기까지 좌파의 집권 의지는 일사불란하게 보수·우파의 기반을 흔들었다. 집권 이후 소득 주도 성장론, 원전 폐기, 적폐 청산 등에 집중하며 친노동 반기업의 기반을 쌓고 북한과의 평화 경제, 반일·반미 과정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것이 과연 모두 문재인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더욱이 문 대통령은 무엇을 연구하고 생각해내는 기획력의 소유자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서는 조직적이고 치밀한 전략가의 면모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문 정권이 지금 추구하고 있는 모든 것은 누구의 작품인가? 그 배후에 누가, 무엇이 존재하는가? 일부는 배후에 '멘토 그룹'이랄까, '라운드 테이블' 같은 것이 있고 대통령을 비롯해서 그의 참모들이 어떤 결정을 실천에 옮기는 구도로 형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관점은 청와대의 이른바 386 운동권이 하나의 유기체를 이뤄 대통령을 움직이고 조종하는 배후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원로급 멘토의 라운드 테이블이건, 아니면 386 동지체이건, 문 대통령은 그들에게 교육(?)되고 조종되는 일종의 '얼굴 대통령'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문재인은 그들을 버릴 수도, 이길 수도 없다는 얘기도 된다. 역설적으로 '그들'이 문재인을 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어제 끝내 조국씨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온 세상 사람들은 '조국'이 도대체 누구길래 그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되느냐, 마느냐를 놓고 한 달 동안 세상이 들끓었느냐고 탄식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그렇게 말이 많은, 관점에 따라서는 범죄적 요인이 많은 인물을 굳이 장관에 임명해서 문 대통령이 얻는 것은 무엇이며 이 정권의 플러스는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애써 좋게 해석하자면 대통령으로서 지난 3~4년(후보 시절 포함) 그야말로 '개인 교사'처럼 써먹은 사람을 본인 개인의 결정적 하자(예를 들어 성범죄, 음주 운전, 탈세 등)가 없음에도 여론 때문에 버릴 경우, 앞으로 그를 도울 조직은 와해될 수도 있다. 조직 논리로 보면 그렇다. 어쩌면 문 대통령에게는 '조국'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더 커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직 의리 같은 요소보다 더 거북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조국씨는 문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가족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는 위치(청와대 민정수석)에 있었다. 조국씨는 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2년 넘게 살아남은 유일한 1기 참모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금 가족이 검찰의 칼날 앞에 선 조국을 낙마시킴으로써 그를 구렁텅이로 몰 자신도 없고 그럴 처지도 아니다. 배신의 논리고 보험의 논리다. 조국씨는 그것을 잘 알기에 애초부터 물러날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개인의 불미(不美)가 드러나지 않는 한 대통령도 다른 선택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과 그의 세력은 자위하는 것이 있다. 좌파 지지층 '40%'의 응집력만 있으면 세(勢)를 꾸려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똘똘 뭉친 좌파 40%'는 '느슨한 우파 60%'를 이겨왔다. 문 정권은 국민 다수를 통합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40%의 결속을 믿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성난 국론을 거슬러 조국을 임명한 마지막 계산법일 것이다. 국민 분열과 국론 대결로 세상을 내몰고는 '끼리'만의 권력 집단으로 똘똘 뭉친 꼴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 강행에는 뚜렷한 결함이 있다. '국민'이란 존재가 없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구차한 사정을 나열하기보다 일반 국민의 도덕성과 상식을 따라야 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씨를 '배반'할 수 없었다면 이제는 국민이 문 대통령을 '배반'할 차례다. 좌파는 필연코 몰락할 것이고 문 대통령의 정당성과 정통성은 여기서 끝난다.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에 선 루이 16세는 사형에 환호하는 군중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짐의 국민은 어디 있나?" |
[사설] 民意와 良識 상식 파괴 국가, 문재인과 조국의 나라
조씨를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그와 그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숨 돌릴 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민심은 조씨에게 법무 행정을 맡길 것이 아니라 검찰 조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여론조사를 인용할 필요도 없는 상식적 민심이다. 조씨가 몸담아 온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은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84% 찬성으로 채택했고, 조씨 모교인 서울대 학보 설문조사에서도 74%가 임명 반대였다. 대통령은 이런 민심을 깔아뭉갠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은 것은 조씨의 딸이 대학교수인 부모가 만들어 준 스펙에 올라타 고교, 대학,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정식 필기시험 한번 안 치르고 진학하고 장학금까지 싹쓸이로 챙겼다는 논란이었다. 의학 논문을 써본 의사(2894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98.7%가 "조씨 딸의 의학 논문 제1 저자는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고, 대한병리학회는 논문 취소 결정을 내렸다. KIST와 동양대는 조씨 딸이 받은 인턴 증명서와 표창장이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런 불공정 특권, 특혜의 대명사와 같은 조씨를 법무장관에 임명하면서 "공평 공정에 대한 국민 요구와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국민을 좌절시키고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부터 개혁하겠다"고 했다. 유체 이탈과 내로남불이 너무 심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기 어려울 지경이다. 문 대통령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검찰은 검찰 일을, 장관은 장관 일을 하면 된다"고 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말이다. 조씨는 가족이 원고와 피고로 역할을 나눠 맡고, 위장 이혼 수법까지 동원한 소송 사기 수법으로 사학 재단의 재산을 빼먹으려 한 의혹과 권력형 게이트 냄새를 풍기는 조씨 가족 사모펀드 의혹을 직접 받고 있다. 조씨는 아들에게 서울대 법대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의혹, 조씨가 사학 재단 이사 때 동생이 재단에 제기한 소송에 일부러 져준 의혹도 받고 있다. 동양대 총장은 조씨가 자신과 두 번 통화하며 "딸이 받은 총장 표창장을 총장이 아내에게 위임해 준 것으로 해달라"고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것만으로도 조씨는 증거 인멸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조씨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관을 하고 있던 사람도 수사받아야 할 상황이 되면 먼저 옷을 벗는 것이 관례이고 순리인데 대통령은 그런 사람을 새로 장관에 앉혔다. 그것도 검찰 수사를 지휘해야 할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만약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오면 누가 그 결과를 믿겠나.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위해 조씨를 임명한다지만 각종 의혹으로 누더기가 된 조씨가 무슨 명분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겠나. 검찰이 검찰 일을 하면 장관이 장관 일을 할 수 없고, 장관이 장관 일을 하면 검찰이 검찰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조차 대통령이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조국 임명 강행에 따른 심각한 후폭풍이 우리 사회에 닥쳐올 가능성이 높다. 문 정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을 검찰을 공격하는 카드로 사용해 검찰 내분을 유도할 수 있다. "검찰은 미쳐 날뛰는 늑대" "검사들 다 그만둬도 문제없다"고 비난한 정권의 정서를 보면 무슨 일이든 할 것 같다. 자칫하면 '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라는 선거 제도 변경을 조국 임명하듯이 강행 처리해 악화된 민심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좌파 연합이 과반수를 거의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기존 지지 세력이 철통같이 결집하는 일이다. 이런 계산이라면 조국 임명은 불가피할 것이다. 기존 지지를 확고히 지키고 선거 제도를 바꿔 이기려는 정권과 이에 저항하는 야당의 충돌로 정치는 파국을 면할 수 없다. 선거법 개정 강행이 실제 상황에 접어들면 국회는 거의 전쟁터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대통령이 조씨 임명을 정권의 운명과 묶어 밀어붙이면서 나라 전체를 싸움판으로 몰아가고 있다. 문 정권 들어 2년 동안 쉼 없이 가라앉아 온 경제는 일본형 장기 불황의 문턱까지 왔다. 일본과는 싸우고, 북한에는 조롱당하고, 한·미 동맹은 흔들리는 외교·안보는 고립무원 상태다.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내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소통과 평등, 공정, 정의를 약속하고 출범한 정권이 민의를 무시하고 양식과 상식을 파괴하면서 '자신들만의 나라'로 가겠다고 한다. 대통령과 정권의 오기가 불러올 결과도 국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참담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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