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양의 대표적인 난방시설은 벽난로였다. 이것은 난로를 집 중앙의 벽 속에 붙여 넣어서 이 벽을 달구어 집 전체를 따뜻하게 하는 방식이다. 유럽에 벽난로가 등장한 시기는 12세기경으로 추정된다. 그 이전에는 방 가운데 둥그런 화로를 두어 몸도 덥히고 조리도 했다. 벽난로가 등장한 이후, 부잣집에서는 이곳이 거실의 가장 화려한 장식 요소가 되었다. 맨틀피스(벽난로 아궁이 위에 돌로 쌓은 부분)는 멋진 돋을새김으로, 굴뚝 입구는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했다. 시인들은 겨울밤에 벽난로 앞에 앉아야 황홀한 시심(詩心)이 살아나지 난로 앞에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벽난로가 시심을 불태워주는 것은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그 열효율은 어땠을까? 난방 시설로 벽난로는 실로 개탄할 만한 수준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의 제일 화려한 '거울의 방'은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멋있지만, 겨울에는 국왕 루이 14세도 방한용 모피를 입어야 버틸 정도로 추웠다. 그 넓은 공간의 양쪽 끝에 벽난로 하나씩 있는 정도로는 난방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1695년 2월 3일, 팔라틴 백작 부인의 기록에 의하면 "왕의 식탁에서 유리잔 속의 물과 포도주가 얼었다." 그렇다면 실내 온도가 영하 5도 아래였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추위로 파리처럼 죽어갔다"는 1709년에는 3월이 되었는데도 난방 부족으로 "모든 연회와 재판이 멈추었다"고 백작 부인은 증언한다.
벽난로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굴뚝청소부 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넓었고, 수직으로 너무 길어서 공기 흐름이 너무 컸다. 그래서 벽난로 앞에 앉으면 몸 앞면은 익을 정도로 뜨거운데 등은 얼어붙었다. 이런 기술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은 1720년경이라 한다. '굴뚝학(caminologie)'이 발달해서 '통풍의 비밀'이 밝혀진 것이다. 아궁이 부분이 좁아지고 깊어졌으며, 맨틀피스가 낮아지고, 굴뚝이 굽어졌다. 온돌을 제대로 놓을 줄 아는 기술자가 지은 방은 오랫동안 구들의 온기가 지속되는 것처럼, 제대로 만든 벽난로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효율이 좋아졌다. 게다가 아궁이를 두 개 놓는 방식도 개발되어 하녀 방까지 데울 수 있었다. 당시로 보면 난방의 혁명이 일어난 셈이다.
최근에 지은 건물의 회의실이 시베리아처럼 춥다. 공공 건축물을 지을 때 하다못해 창호(窓戶)만이라도 제대로 만들면 난방이 훨씬 나아질 테고, 그것이 결국 에너지를 아끼는 지름길일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벽난로가 시심을 불태워주는 것은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그 열효율은 어땠을까? 난방 시설로 벽난로는 실로 개탄할 만한 수준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의 제일 화려한 '거울의 방'은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멋있지만, 겨울에는 국왕 루이 14세도 방한용 모피를 입어야 버틸 정도로 추웠다. 그 넓은 공간의 양쪽 끝에 벽난로 하나씩 있는 정도로는 난방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1695년 2월 3일, 팔라틴 백작 부인의 기록에 의하면 "왕의 식탁에서 유리잔 속의 물과 포도주가 얼었다." 그렇다면 실내 온도가 영하 5도 아래였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추위로 파리처럼 죽어갔다"는 1709년에는 3월이 되었는데도 난방 부족으로 "모든 연회와 재판이 멈추었다"고 백작 부인은 증언한다.
벽난로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굴뚝청소부 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넓었고, 수직으로 너무 길어서 공기 흐름이 너무 컸다. 그래서 벽난로 앞에 앉으면 몸 앞면은 익을 정도로 뜨거운데 등은 얼어붙었다. 이런 기술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은 1720년경이라 한다. '굴뚝학(caminologie)'이 발달해서 '통풍의 비밀'이 밝혀진 것이다. 아궁이 부분이 좁아지고 깊어졌으며, 맨틀피스가 낮아지고, 굴뚝이 굽어졌다. 온돌을 제대로 놓을 줄 아는 기술자가 지은 방은 오랫동안 구들의 온기가 지속되는 것처럼, 제대로 만든 벽난로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효율이 좋아졌다. 게다가 아궁이를 두 개 놓는 방식도 개발되어 하녀 방까지 데울 수 있었다. 당시로 보면 난방의 혁명이 일어난 셈이다.
최근에 지은 건물의 회의실이 시베리아처럼 춥다. 공공 건축물을 지을 때 하다못해 창호(窓戶)만이라도 제대로 만들면 난방이 훨씬 나아질 테고, 그것이 결국 에너지를 아끼는 지름길일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