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2.02 유민호 퍼시픽21 아시아담당디렉터)
'여행=공부'다. 머리만이 아닌, 오감(五感)을 통한 공부가 여행의 진짜 가치다.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는 일본이란 나라를 '피부'로 느끼며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가늠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21세기 아키하바라는 '서브 컬처(Sub Curture)' 양성소로 통한다.
'아키하바라=전자상가'라는 20세기 이미지도 있지만, 오타쿠(オタク)로 통하는 마니아 문화 발신지가 현재의 위상이다.
10여 년 전부터 뜨는 상품은 아이돌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AKB48을 시작으로, 무명의 노력파 '가면여자',
2015년 나온 '히나타자카46', 나고야 기반 '사쿠라 신데렐라', 연기파 '피카 마이(ピカマイ)' 등 수십여 아이돌 공연이
아키하바라 극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아이돌 공연에 들렀다면 한국과 다른 뭔가를 '간단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옆집 여동생 같은 '일반인'이란 점이 첫째다. 춤, 외모, 노래, 몸매 어디 하나 특별한 게 없다.
AKB48의 평균 신장은 160㎝가 안 된다.
둘째는 집단이란 점이다. 한국은 많아야 10명이다.
48명 AKB에서 보듯 북극성이 아닌 은하수의 세계가 일본 아이돌이다.
셋째, 100m 달리기하듯 전력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고 웃는다. 만능 엔터테인먼트 로봇이라고나 할까?
비 오는 평일 사쿠라 신데렐라 공연장에 들른 적이 있다.
100여명 관객을 위한 39명 아이돌의 열창과 정성이 눈물겨울 정도였다.
'열심히 꾸준히 끝까지'가 평범한 아이돌의 24시간 모토다.
주신구라(忠臣藏)는 매년 연말 등장하는 일본 문화 이벤트의 핵(核)이다.
47명 사무라이들이 주군의 원수를 처단하고 집단 할복하는 18세기 실화에 기초한 스토리다.
가부키(歌舞伎), 드라마, 영화, 연극을 통해 매년 반복해 등장하지만 항상 인기다.
2019년 판 주신구라 영화도 최근 개봉돼 화제다.
주신구라 47명이 '충(忠)과 사(死)'라 할 때, AKB48은 '미소와 애교'로 풀이될 듯하다.
'국화와 칼'이라 했던가? 표현 방식만 다를 뿐, '일본 DNA'는 똑같다.
아키하바라 아이돌 극장이 오락만이 아닌, 공부가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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