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최재천/ 삼성경제연구소/ 2005/ : 174p
334.6-ㅊ638ㄷ/ [정독]인사자실(소책자)/ [강서]2층 인사자실
나는 2005년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라는 책을 출간하며
이제 다시 은퇴 없는 삶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예전에 농사를 짓고 살던 시절에 우리가 은퇴란 걸 했던가.
큰 밭을 갈다가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치면 텃밭에서 김을 맸고,
그것도 어려워지면 방에서 새끼를 꼬며 살았다.
은퇴라는 개념과 정년제도는 새롭게 사회에 진입해야 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근대 직업사회의
발명품이다.
자손들로부터 회갑 잔치를 받으며 '장수'를 자축하던 시절과 달리 인생 100세 시대를 앞둔
요즈음 우리가 만일 현행 정년제도를 고수하면 조만간 은퇴자의 숫자가 노동인구보다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인구보다 부양인구가 비대한 인구구도로 국가 경제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바야흐로 정년퇴임 후에도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는 '인생 이모작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중남미
열대우림에서 버섯농장을 경영하는 잎꾼개미는 이미 이모작 삶을 살고 있다.
잎꾼개미 사회의 대형 일개미들은 톱날처럼 생긴 턱으로 나뭇잎을 둥글게 썰어 집으로 물어 나른다.
그러면 소형 일개미들이 그 이파리들을 더 잘게 썰고 그 위에다 버섯을 길러 먹는다.
미국 오리건대학의 곤충학자들은 최근 평생 나뭇잎을 써느라 톱날이 무뎌진 늙은 잎꾼개미 일개미들은 젊은 일개미들보다
나뭇잎을 써는 데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들이 당장 퇴물 취급을 당하며 은퇴하는 건 아니다. 대신 동료들이 썰어 놓은 나뭇잎을 집으로 운반하는
부서로 옮겨
여전히 사회에 기여한단다. 예로부터 '이가 아니면 잇몸'이라 했다.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지금 대학생들은 평생 직업을 대여섯 번씩
바꾸며 살 것이란다.
그렇다고 해서 전공을 미리 대여섯 개씩 해둘 수는 없지만,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기초를 잘 다져두면 인생의 고비마다 새롭게 공부하여 새 직장을 얻을 수 있다.
새롭게 공부할 수 있는 능력? 그걸 우리는 수학능력(修學能力) , 즉 '수능'이라 부른다.
이담에 그나마 잇몸이라도 쓰려면 우리 모두 수능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옥스퍼드나 하버드 같은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이 수백 년 동안
전공에 상관없이 한결같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기초를 가르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