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웃으며 통화를 하는 사람, 몸이 찌뿌듯하다는 듯 인상을 쓰며 무릎을 구부려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좌중을 재미있게 하려는 듯 마이크를 들고 건들거리며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 사람… 이 중 실제 인간을 촬영한 영상은 몇 개일까요?
정답은 ‘0개’입니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개발(R&D) 조직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 연구소 ‘스타랩스(STAR Labs)’가 만들어낸 ‘인공인간(Artificial Human)’이기 때문이죠. 삼성전자는 극비리에 추진해온 이번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을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전격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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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한 사람은 메사추세스 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14년 당시 33세의 젊은 나이에 상무로 승진한 ‘천재 과학자’ 프라나브 미스트리 스타랩스 CEO입니다. 미스트리 CEO는 이날 네온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흡사 실제 사람처럼 생긴 네온은 수백만 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며, 다양한 외국어도 구사할 수 있다”고 자랑했는데요.
기존에 우리가 익숙했던 컴퓨터그래픽(CG) 아바타들과 달리 이날 스타랩스가 공개한 20여개의 네온은 사람과 구별이 가지 않았습니다. 덩치가 큰 근육질의 백인 남성부터 기모노를 입은 동양인 여성, 의사 가운을 입은 흑인 여성 등 신체적 특징도, 이에 따른 표정과 행동도 다양했습니다. 자체 AI가 탑재돼 있어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하고, 영어로 말하다가도 순식간에 한국어나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자’ 친구들이죠.
미스트리 CEO는 이번에 공개한 네온이 시제품(프로토타입) 형태라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습니다. 나와 1대 1로 대화하며 요가를 가르쳐주는 인공인간 선생님을 맞이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네요.
글=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영상=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