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3. 2. 26. 12:01
편집자주 우리나라에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약 4,000종의 식물이 자랍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풀, 꽃, 나무 이름들에 얽힌 사연과 기록, 연구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엮을 계획입니다. |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에서나 콩이 잘 자란다. 재배하는 콩뿐만 아니라 전국의 산과 들에서 돌콩, 새팥 같은 콩과식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나물용 콩을 가장 많이 심는 곳이고, 두만강(豆滿江)이 '콩이 가득 찬 강'이라는 의미를 지닌 것처럼 북쪽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 콩에 대한 옛 기록이 많고, 전국 수십 곳의 신석기시대 이후 유적지에서 콩이 출토되었다는 점은 선사시대부터 재배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러시아 식물학자 바빌로프(Nikolai Vavilov) 박사는 1923년부터 약 10년간 탐사대를 이끌고 전 세계의 식물을 조사하여 재배식물의 기원지를 밝혔다. 1929년엔 우리나라에도 입국하여 전국의 식물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의 탐사기록에 당시 서울에서 미 농무성(USDA)이 파견한 모르스 박사(William J. Morse)와 파이퍼 박사(Charles V. Piper)를 만났다는 내용이 있다. 평생 콩을 연구한 학자들인 그들과 극동지역 콩의 분포와 이용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콩의 '기원 중심지(Center of origin)'가 만주 남부와 한국이라는 바빌로프의 분석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집한 식물 표본과 종자들은 지금도 바빌로프연구소에 보관되어 있고, 미국은 수집해 간 종자 자원을 개량하고 재배를 시작하여 이제는 전 세계 콩의 70%를 생산하며 최대 수출국이 되었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 보존 중인 우리나라 토종 콩 자원은 약 2만4,500점으로 보유량과 다양성 면에서 세계 최고다. 지구상 콩 재배의 기원지로 한국을 포함한 바빌로프 박사의 판단은 옳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두부, 된장, 간장, 식용유에 이르기까지 하루라도 콩에서 유래한 음식을 먹지 않는 날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의 콩 자급률(식량용)은 30%를 넘지 못한다. 콩의 유구한 재배역사와 재배 기원 중심지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 자급률을 높이고, 국제적인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과 공여를 위해 유엔 산하의 국제콩연구소를 유치해 보면 어떨까?
https://v.daum.net/v/20230226120128149
국제콩연구소를 한국으로 유치해야 하는 이유 [서효원의 식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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