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3. 3. 25. 10:00 수정 2023. 3. 25. 10:04
정치는 말(言)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통령감으로 전 국민에게 각인시킨 것도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였다.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2013년 10월 국감에서 나온 불후의 명언이다.
일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서도 이 정도 발언은 나올 줄 알았다. 윤 대통령이 진정 고뇌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면 말이다. 아니었다(기억에 남는 발언이라면 ‘미로에 갇힌 대통령’ 정도?) .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읽은 5792자 분량의 원고는 국무위원 교육용이라면 몰라도 국민 설득용으로는 형식과 내용 모두 실망스러웠다.
적어도 일본인을 대상으로 했던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보다는 자국민에게 친절했어야 마땅했다는 얘기다. 정석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다. 대통령은 하지 않았다.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난무하는 나라라 해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적엔, 공적 인물이 국민(을 대신하는 카메라) 앞에 바른 자세로 서서 담화문을 읽는 게 원칙이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세 차례나 담화문을 발표했던 박정희 대통령도 그렇게 했다.
윤 대통령의 원고에 국민의 정서를 배려하는 대목은 없다.
박정희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1964년 3월 24일 서울에서 5000여명의 대학생들이 한일수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26일 내놓은 특별담화문에서 “민주주의 국가인 이 나라에서 더욱이나 국가장래를 위한 우국충정의 일념에 불타는 젊은 학생들이 한일문제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시위에 나선 그 심정은 나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했다. 그다음에야 “그러나…”하고 설명을 하는 식이다.
https://v.daum.net/v/20230325100019723
[김순덕의 도발] 대통령의 5792자 발언이 설득에 실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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