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 하케, 게르마니아,
- 1993년,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
- 독일관 설치 전경.
![한스 하케, 게르마니아, 1993년,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설치 전경.](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3/14/2014031404152_0.jpg)
독일 출신 한스 하케(Hans Haacke·77)는 1993년 통일 독일을 대표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고 독일관 작가로 선정됐다. 그러나 통일이 가져올 낙관적 전망에 들떠 있던 이들에게 하케는 충격을 선사했다. 그는 건물 입구를 막고 그 자리에 1934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방문했던 히틀러의 사진을 붙이고, 문 위에는 1마르크짜리 동전의 플라스틱 모형을 얹었다. 웅장한 대리석 건물인 독일관은 실은 정권을 잡은 직후 베니스를 방문했던 히틀러가 '독일 민족의 우수성'을 널리 선전하기 위해 재건축한 것이었다. 하케는 이처럼 히틀러의 사진과 동전 모형을 이용한 단순한 설치를 통해 겉으로 순수해 보이는 문화 축제의 밑바닥에 '정치와 돈'이 뒤얽혀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줬다.
건물 안은 더 충격적이었다. 넓은 공간은 텅 비었고, 바닥은 폭격이라도 맞은 듯이 산산이 부서져 돌무더기만 쌓여 있었다. 하케는 건물 안팎에서 상징적이고도 물리적인 방식으로 '독일'과 '비엔날레'의 거친 '바닥'을 파헤쳤던 것이다. 누군가 그에게 히틀러가 지은 이 건물을 차라리 파괴하는 게 낫지 않은가 물었다. 그는 '그런 식으로 역사를 회피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해 '황금사자상'은 독일관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