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2024. 8. 24. 06:00
최근 어느 주말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한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귀에 익숙한 노래와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10대 청소년 열댓 명이 20~30초에 한 번씩 바뀌는 한국 아이돌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기자가 지켜보는 동안 나온 노래만 수십 곡인데, 이들은 각 노래의 춤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은 물론 한국어 가사까지 따라 불렀다. 관중들은 연신 감탄하며 함께 몸을 흔들었다.
한류 열풍이 중국에도 불고 있다. 중국 빅테크 직원들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이들은 한국 연예계 소식을 꿰고 있었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의 실시간 검색어에 한국 인기 연예인이나 드라마, 예능 관련 소식이 올라오는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각종 한식도 인기다. 생활 속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기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면 대체로 호감을 보이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한다. 모두 한류 열풍 덕이다.
하지만 중국인이 즐기는 한류는 반쪽짜리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적용하고 있다 보니 콘텐츠의 경우 대부분 불법 사이트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이후 잠시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하지만 한 계절이 지나도록 협상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중국 정부의 불안감 탓이 크다. 자유분방함, 특히 정부 비판적 사고방식이 한국 문화를 통해 자국에 유입될 경우 사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자국 문화에도 엄격한 검열 잣대를 들이대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한국 문화를 정식 수입하는 것은 분명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중국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도 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https://v.daum.net/v/20240824060053677
[특파원 칼럼] 한류 즐기는 중국, 바라만 보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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