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화가, 신을 꿈꾸다

바람아님 2014. 7. 17. 11:19

도소 도시의 ‘주피터, 머큐리와 미덕의 여신’(1518, 캔버스에 유채, 크라쿠프 바벨성)


 

“제 얘기 좀 들어보시라니까요. 아 글쎄, 그 고약한 운명의 여신이 저를 흙탕물에 내던졌다니까요.” 미덕의 여신이 볼멘소리를 하자 전령의 신 머큐리 왈 “쉿, 지금 주피터 신께서 나비를 그리고 계시는 중이니 입 좀 다물게.”

머큐리의 말대로 지금 주피터는 호리병박 꽃이 제때 피도록 하기 위해 캔버스 위에 나비를 그리고 있다. 나비가 완성돼야 꽃가루를 옮겨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화가 도소 도시(1490년께~1542년)의 ‘주피터, 머큐리와 미덕의 여신’은 얼핏 보면 시답잖아 보이지만 로마신화의 내용을 토대로 화가를 신격화시키고 있는 야심찬 그림이다. 캔버스 위에 사물을 그려 생명을 불어넣는 화가의 전지전능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위가 상승한 르네상스기 화가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