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30] 神의 전당을 빗물로부터 보호하는 怪獸(괴수)들

바람아님 2014. 7. 19. 09:50

(출처-조선일보  2014.07.19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중세 유럽의 대성당들에는 긴 목을 바깥으로 쭉 빼고 입을 한껏 벌린 흉측한 

괴수(怪獸)들의 조각이 건물 외벽을 따라 수도 없이 많이 튀어나와 있다. 

장식이라고 보기에는 턱없이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이들은 '가고일(Gargoyle)'이라고

불린다. 

가고일(Gargoyle)은 지붕에 고이는 빗물을 외부로 뱉어내는 토수구(吐水口)다. 

글자 그대로 비가 오는 날이면 쉴 새 없이 물을 토해내는 이 괴물들이 목을 길게 뺀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 벽면으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물을 뱉어야 석재가 빗물에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프랑스 루앙 지방에는 '가구일(Gargouille)'이라는 괴수에 대한 전설이 전해진다. 
한 성인이 박쥐 날개와 긴 목을 가진 용 '가구일'을 사로잡아 불에 태운 다음 타지 않고 
남은 머리와 목을 대성당에 붙여두고 사악한 악령들을 내쫓게 했다는 이야기다. 
'가고일'이라는 영어는 바로 이 '가구일'에서 유래했고, 어원은 라틴어로 '식도(食道)'와
'삼키다'라는 뜻을 가진 '가르(gar)'다. 양치하고 물을 뱉는 '가글'을 떠올리면 '가고일'의
 역할이 쉽게 이해된다.

이처럼 동물 모양의 배수구는 중세 유럽뿐 아니라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건축에서도 발견된다. 
다만 성인이 처단한 괴수가 악령을 몰아낸다는 등의 상징적 의미는 기독교 문화에서 
더해진 것이다. 
비록 대성당 안팎에 엄숙하게 서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위대한 성인들의 상(像)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미물에 불과하지만, 이 거대한 신의 전당이 이토록 오랫동안 굳건하게 서 있는 건 빗물을 내뱉어주는 
가고일 덕분인 셈이다. 그러니 이들도 지금쯤은 천국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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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Gargoyle)-gothic-church-architecture-gargoyle-italy


가고일(Gargoyle)-griffin



가고일(Gargoyle)-shim                        St.-Colmans-Cathedral-Cork-Ireland-themodernsybarite


가고일(Gargoyle)-statues_in_paris



가고일(Gargoyle)-Waterspout


가고일-Paisley_Abbey_New_Gargoy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