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영원에 대한 갈구 '블루'

바람아님 2014. 9. 19. 11:04

 

 

 

페르디난트 호들러의 ‘셰브르에서 바라본 제네바 호수' (1905년, 캔버스에 유채, 바젤 미술관)


세상에 스위스의 국민화가 페르디난트 호들러(1853~1918)만큼 팔자가 기구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여덟 살 때 결핵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뒤이어 두 동생도 같은 병으로 사망했다. 열네 살 때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고 세 동생도 그 뒤를 따랐다. 결핵이 온 가족을 앗아가 버렸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인생의 무상함을 깨달았다.

열여덟 살 때 제네바로 그림 공부하러 갔다가 그곳에 눌러앉은 호들러는 바다처럼 드넓은 레만호에서 위안을 받았다. 자연의 웅대함 속에서 그는 인간 삶의 유한성과 자연의 영원성을 깨닫는다. 그는 자연에 대한 자신의 관념을 풍경화에 투사했다. 푸른색 하늘과 호수는 생명의 근원으로 영원성의 상징이고 그 위를 떠가는 구름과 물가의 식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한시성을 상징한다. 결국 그의 풍경화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인 셈이다. 영원에 대한 갈망으로 채워진 그림 말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