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1.26 신효섭 논설위원)
영국 국민은 1945년 나치 독일이 항복하고 두 달 뒤 치른 총선에서 승장(勝將) 처칠에게 패배를 안겨줬다.
'이미 끝난 전쟁의 지도자'를 내치고 복지 확대 등 앞날의 비전을 내놓은 야당을 택한 것이다.
처칠의 참모들은 "국민이 은혜를 모른다"고 투덜댔다. 그러나 처칠은 퇴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임 중 국민의 종(從)인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따뜻한 친절에 감사할 뿐입니다."
▶"246종류의 치즈가 있는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겠는가." 드골은 민심이 얼마나 변덕스럽고 제각각인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프랑스의 '국부(國父)'로까지 추앙받았던 그는 이른바 '68혁명'으로 임기 중 물러나야 했다.
드골 밑에서 문화장관을 지낸 앙드레 지드가 낙향한 드골을 찾아가 "국민에게 섭섭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드골은 "역사의 심판에 맡기면 된다"고 답했다.
▶트루먼은 2009년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꼴찌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미국 대통령 가운데 퇴임 때 지지율(33%)이 가장 낮았다.
트루먼이 일본 원폭(原爆) 투하, NATO 설립과 마셜 플랜 시행, 6·25 참전을 결단했을 때만 해도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그가 임기 막판 6·25 반공 포로들을 보호하는 바람에 북에 잡힌 미군들 송환이 늦어지자 여론이 싸늘해졌다.
"대통령이 된다는 건 호랑이 등에 오르는 일과 같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잡혀먹힌다."
트루먼이 회고록에서 후임자들에게 남긴 충고이다.
▶김종필 전(前) 자민련 총재가 엊그제 본지 인터뷰에서 1960년대 트루먼을 만났을 때 들은 얘기라며
"국민은 사육사가 아무리 잘 해줘도 자기 발을 밟거나 비위에 거스르면 물어버리는 호랑이 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자기가 뭘 좀 했다고 해서 국민이 고마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바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신년 회견에서 "취임 이후 국가 경제를 살리고 국민 삶이 나아지도록 하기 위해 한순간도 마음
놓고 쉰 날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반 60%를 넘었던 지지율이 지금은 30%(한국갤럽)까지 떨어졌다.
정권으로선 국민이 '사육사를 문 호랑이'로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엔 모두가 계속되는 경제난,
권력 주변 인물들의 암투 등으로 정권 스스로 부른 결과이다.
김 전 총재는 "정치하는 사람은 많지만 국민을 호랑이처럼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인은 더 겸허하게, 더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JP가 정치 선배이자 집안 어른(사촌 형부)으로서 박 대통령에게 주는 고언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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