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1.31 한삼희 논설위원)
산림 면적率 세계 20위, 울창함도 OECD 상위
'국제시장 세대' 결실… 이젠 향유할 시점 돼
10~20년 뒤 기부 채납조건으로 民資 들여 통나무집 허용해서 휴양림 즐기게 하자
그제 산림청 자문회의에 참석했다가 휴대폰으로 각국 산림(山林) 통계를 찾아보고는 좀 놀랐다.
한국의 전체 국토 대비 산림 면적 비율이 63.8%로 188개국 가운데 20위였다.
우리보다 앞쪽 19개 나라는 수리남·가봉·팔라우·부탄 등 중남미·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시아 국가가
대부분이었다.
수준이 되는 국가 중에선 핀란드(72.9%)·스웨덴(69.2%)·일본(68.6%)의 세 나라뿐이었다.
미국(33.3%)이야 워낙 땅이 큰 나라니까 비교하기가 좀 그렇다 쳐도 유럽의 독일(31.8%) ·
이탈리아(31.6%)·프랑스(29.3%) 등도 산림 비율이 우리의 절반 정도였다. 영국은 12%밖에 안 됐다.
한국은 유럽 선진국들보다 인구밀도가 훨씬 높다. 게다가 산림 비율이 두 배가 넘는다.
실제 활용 가능 토지에 대한 인구 압력은 말도 못하게 높은 것이다.
도시에 고층아파트가 가득한 숨 막히는 환경 속에 사는 것도 결국 토지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통계를 더 뒤져봤다. 산림의 울창한 정도를 나타내는 '산림 ㏊당 임목(林木) 축적'이 2013년 125.6㎥였다.
OECD 국가 평균치(121.4㎥)보다 많다. 이 수치는 박정희 정부가 '치산(治山) 녹화 10개년 계획'에 발동을 건
1973년엔 11.3㎥밖에 안 됐다.
'국제시장 세대'의 노고로 숲이 40년 사이 11배 이상 울창해진 것이다.
이제 산림을 가꾸고 보존만 할 게 아니라 활용할 때도 됐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이고 숲인데 자동차 타고 지나면서 멀리서 구경만 할 게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산속에 자연휴양림을
더 많이 만들고 거기에 통나무집 같은 숙박 시설을 더 늘릴 수 없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현재 산림청 관할 자연휴양림이 40곳, 지방자치단체의 자연휴양림 98곳, 사유(私有) 자연휴양림이 18곳 있다.
산림청 자연휴양림은 매주 수요일 오전 9시에 5주 뒤의 1주일분 숙박 예약을 인터넷으로 받는다.
얼마나 많은 접속자가 몰리는지 휴양림 홈페이지들은 다운되다시피 한다.
전에 산림청 관계자에게 왜 숙박시설을 늘리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예산 부처가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고 했다.
산림청 휴양림의 통나무집은 4인용 경우 주말·성수기 요금이 6만7000원 정도다.
어지간한 서민도 이용할 수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시설이 국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 든다면 말이 안 된다.
'경제성' 기준을 들이댈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정말 재정이 부족한 것이라면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정부 시절엔 산업은행이 휴양림 시설에 투자하겠다고 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가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개인 투자가 안 될 것도 없다.
수천만원씩 투자받아 통나무집을 지은 후 콘도 방식으로 연간 일정 기간 쓸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10년, 20년 뒤 기부채납 받는 조건을 걸면 될 것 아닌가.
산림청 관계자는 "국·공유 휴양림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사유림 시설을 지원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했다.
사유림 개발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유림·공유림이 훨씬 나무 생태가 좋고 경관도 낫다.
20년 전 서울 양재천이 환경친화적으로 리모델링된 후 전국 하천의 모양이 바뀌고 이용도가 급상승했다.
양재천 못지않은 도시 숲 개발의 모델도 등장할 때가 됐다.
국민은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을 찾아가 감상하고 즐길 권리가 있다.
통나무집만 아니라 트레킹, 산악자전거, 숲 생태체험, 산림욕장, 수목원 등 산림 휴양(休養) 욕구는 폭발할 지경이다.
'산림 국가'의 정부라면 귀중한 숲과 나무 자원을 국민을 위해 활용할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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