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동서남북] 왜 高卒 취업자가 '반값 등록금' 예산 부담하나

바람아님 2015. 1. 30. 11:41

(출처-조선일보 2015.01.30 안석배 사회정책부 차장)



	안석배 사회정책부 차장 사진
계획대로라면 올해 '반값 등록금 제도'가 완성된다. 

'반값 등록금'은 전국의 대학 등록금 총규모인 14조원 중 절반인 7조원을 정부와 학교가 나눠 

부담하는 게 골자다. 올해는 정부 장학금(3조9000억원)과 대학 자체 노력(3조1000억원)을 합쳐 

장학금 재원 7조원을 만든다고 한다.

연간 1000만원에 이르는 고액(高額) 등록금에 대학생들이 폭발한 것은 지난 2011년이었다. 

"취업난도 심각한데 등록금까지 이렇게 비싸다니!" 등록금 정책에 항의하는 대학생 집회가 이어졌고 

국회와 정부가 서둘러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다. 올해 실현되면 4년 만의 '결실'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1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당시 '반값 등록금' 도입을 제안했고 

교육 수장(首長)으로 이를 완성하는 자리에 앉게 됐다. 대학들이 줄줄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반값 등록금 완성'에 대한 축하 메시지로 들린다.

안 그래도 고민이 많은 대학생들이다. 캠퍼스엔 학점을 다 이수하고도 졸업을 연기하는 '졸업 유예생'이 넘쳐난다. 

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진 대졸자들이 고시원과 학원가를 희망 없이 오간다. 

등록금 부담이나마 덜어주겠다니 환영받을 일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은 필요하다.

반값 등록금을 도입하면서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부실(不實) 대학은 퇴출시켜 나랏돈을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전국 340여 대학(전문대 포함) 가운데 2011년 이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퇴출당한 대학은 6개 대학에 불과하다. 

그동안 부실 대학은 오히려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연명(延命)할 수 있었다. 

학생이 등록하면 정부에서 예산을 주니 부실 대학은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린다. 

입시 철마다 일부 대학교수가 고등학교 교무실을 기웃거리며 "학생 좀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논란은 또 있다. 세금으로 대학생 등록금을 대주자는 정책인데, 

고졸 취업자는 왜 자신은 대학에 가지도 않는데 또래 대학생의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고졸 취업 시대'를 내세우고 있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100% 취업률을 성공적 교육 사례로 소개한다. 

이들이 취업해 낸 세금 중 일부가 반값 등록금으로 들어간다. 

이런 어긋난 상황이 명쾌히 설명되지 않는다.

교육 당국은 요즘 돈이 없어 쩔쩔매고 있다. 

만 3~5세의 취학 전 아동에게 보육비를 지원하는 '누리과정'은 올해 결국 빚을 내 운영하기로 했다. 

2009년 시작한 학교 무상 급식에 들어가는 돈이 매년 2조~3조원에 이른다.

교육부는 올해 업무 보고에서 "2019년까지 외국인 우수 유학생 3만명을 더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인재들이 한국 대학에 몰려오려면 한국 대학이 연구 잘하고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야 한다. 

모든 학생, 모든 교육기관에 똑같이 예산을 나눠주는 지금의 교육 정책에서 그것이 가능할까? 

반값 등록금과 글로벌 명문대 육성이라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