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03 김대중 고문)
통일만큼 중대 과제 없지만 외교는 균형·효율·先後 문제
강대국 외교도 美엔 사무적, 日엔 적대, 中엔 종속적 상황
內實보다 포퓰리즘 치중해 感想 휘둘린 통일은 위험
'박근혜 외교'는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다.
집권 2년 동안 박 대통령은 대북(對北) 문제에 외교 역량을 모았고 다자(多者) 외교에 치중했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관심국 또는 강대국 외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12차례의 순방 외교에 나섰고, 23개 나라를 공식 또는 비공식 방문했다.
반면 단독 방문으로는 미국은 한 번, 일본은 물론 없었고, 러시아도 없었다.
중국은 두 번 갔지만 그것도 한 번은 APEC 회의, 즉 다자회담의 일환이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다녀간 것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한 차례씩이다.
대신 북한에는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대신 북한에는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해외 나갔을 때마다 연설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반복해서 언급했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 '통일 대박' 등
용어를 만들어냈다. 지난 1월 19일 외교부·국방부·통일부·보훈처 4개 부처의 대통령에 대한 신년 합동 보고는 거의
3분의 2를 통일과 남북문제에 할애했다. '외교'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외교부가 밀리고 통일부가 대표 보고자로 나선 것부터
이변이었다. 남북관계와 별도로 나누어져 있는 외교 부문도 9개 항목 중 4개가 통일에 관한 것이었다.
당연히 미국·중국·일본 등에 관한 것은 의례적이고 형식적이고 따분한 것이었다.
물론 우리에게 통일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물론 우리에게 통일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북한과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북한 인민의 인권과 삶의 질(質)을 높여주는 일만큼 같은 민족으로서 보람찬 의무도 없다.
따라서 우리의 외교가 북한 문제와 통일에 집중하는 것은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균형이고 선후(先後)이고 비중이다.
북한 문제와 통일이 중요한 그만큼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국방 안보는 필수적이고 주변 강대국들과의 치밀하고
계산된 외교도 중요하다. 통일 문제는 통일을 외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주변 강대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전제되는 일이며 그들의 도움 또는 동의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지금 '대북'에 치중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냉엄한 현실에 바탕을 두고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차분하게 가기보다는
그런데 지금 '대북'에 치중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냉엄한 현실에 바탕을 두고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차분하게 가기보다는
다분히 선전적이고 구호적이며 포퓰리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철도·도로·특구(特區) 개발 등 대북 사업을 계속 언급하고 남북 대화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면 내각과 장관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가기 마련이고, 그것이 최근 박 대통령의 외교 현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과의 관계는 사무적이고, 대(對)일본 관계는 적대적이며, 대중국 관계는 종속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키우며 한국 외교를 강대국 간 균형자로서의 위치로 승급시키는 중대한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같은 강소국(强小國)으로서는 다자 외교도 중요하다.
우리 같은 강소국(强小國)으로서는 다자 외교도 중요하다.
이제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는 우리 민족의 터전을 보살피고 21세기를 살아남는 자원외교를 다지기 위해서도
우리 외교가 외연을 넓히고 그 나라들과의 신뢰와 우의를 다지는 것은 강대국 외교 못지않게 중요하다.
문제는 이것도 균형의 문제고, 선후의 문제이며, 효율성의 문제라는 점이다.
다자 외교도 형식주의에 치우치면 낭비적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외유(外遊)'를 좋아했다.
특히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골치 아픈 국내 문제를 뒤로하고 환대와 의전(儀典)으로 가득 찬 외국 방문길에 나서는
빈도가 많았다. 이대로 가면 박 대통령도 그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외교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지도자의 역할과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분야다.
외교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지도자의 역할과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분야다.
특히 어느 한 쪽에 치중할수록 다른 한 쪽에 소홀해지는 요철의 관계가 심한 것이 외교다.
그래서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더욱이 회임(懷妊) 기간이 긴 통일 문제는 긴 호흡으로 대비하되 거기에 전력(全力)을 투구해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국
제적 위상이나 강대국 외교가 소홀해지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총체적으로 볼 때 우리의 군사력과 국방력은 긴 휴전 상태에 길들여진 탓인지 나태하고 부패하고 후진적인데
총체적으로 볼 때 우리의 군사력과 국방력은 긴 휴전 상태에 길들여진 탓인지 나태하고 부패하고 후진적인데
우리의 외교는 대북 외교에 매달려 글로벌 외교, 주변 강대국 외교를 방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것도 미국과 공동 보조, 중국의 협력, 일본의 후원 없이는 진척을 이루기 어려운 통일 문제에 올인하는 것은 외교력 낭비다.
그것도 '민족'이라는 명제에 이끌려 자신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 보이려는 감상(感想)이 작용한 '통일'이라면
위험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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