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1329

[조용철의 마음풍경] 생의 고비엔 고비에 가라

중앙일보 2023. 7. 30. 07:00 고비에선 누구나 구름이고 풀꽃이다. 은하수 아래 서면 우주와 하나가 된다. 우주의 영혼이 내게로 와 속삭인다. 슬픔도 고통도 다 지나가고 만다. 두려움도 욕망도 내려놓아라. ■ 촬영정보 「 고비는 모래사막이 아니라 풀이 자라는 사막이다. 낙타를 타고 흔들리지 않게 빠른 셔터로 촬영했다. 렌즈 24~70mm, iso 100, f8, 1/1000초, -0.67ev. 」 https://v.daum.net/v/20230730070031538 [조용철의 마음풍경] 생의 고비엔 고비에 가라 [조용철의 마음풍경] 생의 고비엔 고비에 가라 생의 고비엔 고비에 가라. 지독히 슬프거나 괴로울 때 하던 일 정리하고 새길 가야 할 때 퇴직 후 인생 2막을 시작할 때 생의 고비엔 고비..

[C컷] “여행 사진은 자유롭게 찍는 것”

조선일보 2023. 7. 31. 21:52 수정 2023. 8. 5. 08:03 가볍게 한 장 2. 신석교의 여행사진 잘 찍는 비결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코로나 시국 3년, 마스크 쓰고 여행도 못 가고 얼마나 긴 시간을 참아왔나. 거리 두기 해제 후 첫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누구든 여행지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여행 사진 책만 스물 다섯 권을 낸 여행사진가 신석교를 만나 여행지에서 어떻게 하면 멋진 사진을 찍는지 물어봤다. 다음은 그가 말한 개성 있는 여행사진 찍는 법이다. 여행지를 다녀오면 잘 찍은 사진들은 흔하다. 다 비슷한 사진들만 찍어온다. 당신이 프랑스 파리에 갔다 치자. 누구든 에펠탑이나 몽마르트 언덕을 가겠지. 모두가 그렇게 비슷한 곳에 들러 비슷한 모습만 찍..

[사진의 기억] 푸른 바닷속 붉은 목록

중앙SUNDAY 2023. 8. 5. 00:24 고래상어가 나타나자 다이버들이 일제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곧 바다에서 가장 큰 상어이자 어류인 고래상어와 인간의 아름다운 군무가 시작됐다. 춤은 고래상어가 수면 아래로 표연히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계속되었다. 먼 곳의 ‘저기’를 지금 내 앞의 ‘여기’로 옮겨다주는 것을 사진의 순기능으로 꼽는다. 그 말은 곧 여기 일상에 발 딛고 있는 우리를 사진이 저 먼 다른 세상으로 순식간에 옮겨준다는 말과도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서의 한가운데서 볼 사진은 ‘800번의 귀향’이다. 사진을 찍은 장재연은 10년여 동안 전 세계 바닷속을 800번 넘게 다이빙해서 ‘800번의 귀향’이라는 전시로 바닷속 풍경과 그곳의 진귀한 생물들을 우리에게 전해준 ‘바다사진가’이다. 다..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더불어 살아가는 왕버드나무와 이끼

한국일보 2023. 8. 1. 04:31 장마가 물러나고 무더위가 찾아왔다. 이런 날씨에 생각나는 곳은 경남 창녕 우포늪에 있는 왕버드나무 숲이다. 우포늪은 다섯 개의 크고 작은 늪으로 이뤄졌는데, 중심부에 있는 목포늪에는 왕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요즘처럼 햇볕이 뜨거울 때도 아름드리 왕버드나무가 빛을 가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게다가 나무줄기와 뿌리를 덮고 있는 이끼를 볼 때면 태고의 원시림에서 숲의 정령이 나타날 것만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청량감이 감도는 왕버드나무 숲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무와 이끼의 공생관계가 떠올랐다. 이끼는 나무에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 주고 드러난 뿌리를 보호해 준다. 나무는 무성한 잎으로 이끼를 햇빛으로부터 보호를 해주며 광합성으로 얻은 양분을 이끼에게 ..

[사진의 기억] 한여름의 시린 풍경

중앙SUNDAY 2023. 7. 29. 00:24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후미진 다리 아래서 멱감는 여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과감하게 러닝셔츠를 벗어버린 여인, 차마 다 벗진 못하고 위로 치켜올린 여인, 입긴 입었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낡은 러닝셔츠를 입은 여인, 이렇게 각기 다른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여인의 떨어진 러닝셔츠가 아프게 눈에 파고들었다. 낡을 대로 낡아서 눈만 흘겨도 구멍이 나게 생긴 저 속옷은 그 시절 시골 어머니들의 가난과 헌신을 상징한다. 항상 남편과 자녀가 먼저인 어머니가 자기의 입성까지 챙길 여유가 있었을 리 만무했다. 언제부터인가 집안에서 반짇고리가 사라졌다. 요즘엔 바늘귀를 꿰어본 적도 바느질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당연하다. 옷이 닳아 떨어질 때..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폭우 속 희망 건넨 ‘불타는 노을’

한국일보 2023. 7. 25. 04:30 지난주부터 쏟아진 집중호우 탓에 전국적으로 커다란 인명피해가 났다. 경북지역은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했고, 예천군을 비롯해 인근 지역인 봉화군과 영주시는 토사와 바위들이 밀려들어 집과 농장이 부서지며 많은 실종자가 발생했다. 빗물이 부딪치는 차창 너머로 어둠이 내리는 고속도로를 바라보던 중 저 멀리서 엷은 빛을 발견했다. 차가 점점 그 빛으로 가까이 가는 순간 갑자기 산불이 난 듯 타올랐다. 난생처음 노을이 산 전체를 새빨갛게 물들이는 풍경에 넋이 나가 일단 차를 세웠다. 차 밖으로 나와 보니 노을빛에 물든 구름은 폭포처럼 산과 산 사이로 흘러내렸다. 석양은 어둠이 밀려오기 전 혼신을 다해 빛을 발하며 천지를 빨갛게 삼켜버렸다. 비구름 뒤에는 언제가 맑은 하늘이 ..

[사진의 기억] 전쟁도 그들의 춤을 앗지 못했다

중앙SUNDAY 2023. 7. 22. 00:24 모자 차양의 그림자가 남자의 얼굴을 어둡게 해서, 마주 선 여인의 얼굴을 환한 쪽으로 띄워 올리고 있다. 주름진 얼굴들을 마주한 채, 투박한 손을 정중히 서로의 몸에 얹고 춤을 추는 사람들. 여인의 머리를 감싼 연분홍빛 스카프의 실루엣은, 배경으로 흐르고 있을 음악의 선율을 시각화하고 있는 듯하다. 사진의 고전적인 힘을 보여주는 이 사진은, 지극히 고요한데도 보는 이의 가슴을 방망이질해서 자기 안의 울림을 듣게 한다.....언론사 기자로 일하다 프리랜서 사진가로 분투 중인 최형락은, 어떤 사진을 찍더라도 그만의 고요하고 차분한 정서가 사진 속에 함께 담긴다는 평을 듣는다.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에서 일요일이면 열리던 시민들의 ‘댄스 모임’은 전쟁으로 한동안..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화합으로 통하는 나제통문

한국일보 2023. 7. 11. 04:30 덕유산 자락인 전북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에는 나제통문(羅濟通門)이 있다.....1925년 무주의 금광에서 생산된 금과 농산물들을 옮기기 위해 일제가 만들어 놓은 인공터널로 밝혀져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무주라는 지명도 동쪽인 신라의 무산현과 서쪽인 백제의 주계현의 앞 글자를 따와 탄생했다고 한다. 통문이 서 있는 곳을 경계로 동·서로 나뉘어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풍속과 언어를 사용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6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굴의 동쪽은 경상도 사투리를, 서쪽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있다. 나제통문 주변에서 식당을 하는 상인도 통문을 지나면 바뀌는 사투리에 신기해하면서도 “오래전부터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지역감정 같은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