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예술을 위한 예술,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정하윤의 아트차이나]<26>

이데일리 2023. 4. 7. 00:01 ▲상하이 모더니스트그룹 '결란사' 외국서 공부한 니이더·팡쉰친 1931년 결란사 창립 천정보·장솬·추디 합류…미술의 '이용가치'에 딴죽 "자연모방·종교노예 아니야…미술은 미술 그 자체" 한 스타일 추구 않고 서양미술사조 관대하게 수용 짧은 활동에도 미술사 한 페이지 강렬하게 장식해 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

화가의 믿음[이은화의 미술시간]〈261〉

동아일보 2023. 4. 6. 03:01 러시아 제국 시대에 유대인들은 차별과 핍박의 대상이었다. 정규 교육은 물론 거주지의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다. 대다수의 유대인 예술가들은 활동하기 위해 자신이 유대인임을 숨기거나 부인했다. 하지만 마르크 샤갈은 달랐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예술에 접목해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흰 십자가형(1938년·사진)’은 샤갈이 프랑스 체류 시기에 그린 것으로, 예수를 유대인 순교자로 그린 첫 작품이다. 화가는 예수의 유대인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속옷은 기도 숄로, 가시관은 하얀 머리띠로 대체했다. 샤갈은 현실을 절망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예수의 발아래 촛대를 보면, 초 하나는 꺼졌지만 5개는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고난과 역경, 죽음마저 이겨낸 예수 부활을 상징하..

현실과 이상의 괴리, 가위질할 수 있다면[정하윤의 아트차이나]<25>

이데일리 2023. 3. 31. 00:02 ▲가위로 내면세계 드러낸 '마오쉬후이' 따뜻한 초기작 '낭만적 풍경'은 잠시 실력 있지만 주류진입 실패 등 좌절 절박함 담은 거친 붓질로 이름 알려 의자에 축처진 '가장' 그린 연작 이어 가장 자리에 대신 그려넣은 '가위'가 세상 난관 끊고 싶은 도구로 등장해 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

봄의 모습[이은화의 미술시간]〈260〉

동아일보 2023. 3. 30. 03:00 에두아르 마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가난한 보헤미안의 삶을 택했다. 화가가 된 이후 살롱전을 통해 인정받고자 했지만, 대담한 주제와 스타일 때문에 그의 그림은 보수적인 살롱전에서 거부되거나 심사에 통과돼도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1881년 그린 ‘봄’(사진)은 달랐다. 살롱전 통과는 물론 그에게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안겨줬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마네는 유행을 선도하는 아름다운 파리 여인이 봄을 상징한다고 여겼던 듯하다.인기 있는 옷 가게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최신 유행하는 모자와 드레스를 구해 모델에게 입혔다. 또 모델의 코와 입술을 실제보다 올려 그려 세련된 도시녀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림 속 의상은 첨단 유행을 보여주는 반면, 그림의 형식은 ..

"사생아 둘 딸린 헤픈 이혼녀를"…'공공의 적' 된 男 결국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한국경제 2023. 3. 25. 07:49 수정 2023. 3. 25. 22:59 프랑스 출신 화가 제임스 티소 39세에 만난 '인생의 사랑' 그의 아름다운 사랑과 작품 1878년 영국 런던의 한 무도회장. 떠들썩하게 웃고 떠드는 사교계 사람들 사이, 오직 한 남자만 엉거주춤하게 홀로 서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들으라는 듯 수군댑니다. “이혼녀에게 홀딱 반했다지? 그것도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애가 둘이나 딸린.” “가만히라도 있을 것이지, 뻔뻔하게 그 여자를 모델로 그림까지 그려? 그것도 그렇게 요조숙녀처럼. 내가 다 부끄럽네. 쯧쯧쯧….” 그러던 중 한 신사가 남자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넵니다. 반가움도 잠시뿐. “저기, 미안하지만…. 다음 모임부터는 나오지 말아 줬으면 하네. 그리고 나도 자네..

“14살 소녀를 이따위로 만들었어?” 평생 먹을 욕 다 먹었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에드가 드가 편]

헤럴드경제 2023. 3. 25. 00:37 무희의 화가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인물편〉은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드가는 1834년 파리의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잘나가는 은행가였다. 어머니는 그보다 한참 젊은 크리올(Criole·유럽계 혼혈) 여인이..

자화상·누드모델 수업… '최초' 그려나간 선각자[정하윤의 아트차이나]<24>

이데일리 2023. 3. 24. 00:01 ▲중국 최초 서양화가 '리수퉁' 도쿄미술학교 졸업작품인 '자화상' 스승 구로다에 배운 일본식 서양화 중국 돌아와선 학생들 교육에 매진 붓·캔버스 들쳐메고 야외사생 나서 불혹 직전 돌연 속세 떠나 승려로 끝까지 선각자로서의 사명감 가져 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

오판된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259〉

동아일보 2023. 3. 23. 03:00 젊은 남자가 폭포가 흐르는 물속에서 벌거벗은 채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기괴한 장면이다. 에른스트 요셉손이 그린 이 그림은 완성되자마자 극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대체 그림 속 남자는 누구며, 화가는 왜 이런 그림을 그린 걸까? 성공가도를 달리던 30대 초에 그린 이 그림(‘물의 정령’·1882년·사진)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물의 정령을 묘사하고 있다. 신화에 따르면, 물의 정령은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사람들을 유혹해 익사하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다. https://v.daum.net/v/20230323030052572 오판된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259〉 오판된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259〉 젊은 남자가 폭포가 흐르는 물속에서 벌거벗은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