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죄송해요, 엄마가 너무 싫어요”…효자 아니었어? 이 화가의 ‘반전’[후암동 미술관-제임스 휘슬러 편]

헤럴드경제 2023. 3. 4. 00:39 모던한 이방인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인물편〉 연재글은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휘슬러는 지금 어머니를 캔버스에 담고 있다.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원래는 섭외해둔 다른 여성을 그리려고 했다. 준비도 마쳤다. 붓도 말렸..

[고두현의 아침 시편] ‘산청 3매’ 향기에 이호신 화백 그림까지

한국경제 2023. 3. 3. 06:21 사진과 그림으로 동시에 즐기는 매화삼매 이호신 화백은 2010년 산청군 단성면에 있는 남사예담촌에 ‘귀촌’했습니다. 남사예담촌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로 선정된 곳이지요. 그는 이곳 ‘산청 3매’를 비롯해 독자적인 ‘생활산수(生活山水)’를 그려온 한국화가입니다. 생활산수는 풍경 중심의 전통 진경산수(眞景山水) 위에 인간 삶의 속살과 그 이면까지 담아내는 화풍이죠. 이 화백이 그린 ‘산청 3매’는 그래서 남다르고 향기도 깊게 전해져 옵니다. ‘산청 3매’ 중 유일한 홍매(紅梅)인 원정매는 단성면 남사예담촌의 하씨고가에 있습니다. 수령이 690년 안팎이니 가장 나이가 많지요. 고려 후기 문신 하즙(河楫, 1303~1380)이 심은 것으로, 그의 시호(..

봄의 언어로[이은화의 미술시간]〈256〉

동아일보 2023. 3. 2. 03:01 노란 꽃이 핀 들판에 두 청춘이 함께 있다. 벌거벗은 소년은 한쪽 다리와 팔을 굽힌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푸른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무릎을 꿇은 채 소년을 향해 입으로 바람을 불어대고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기이해 보이는 장면이다. 대체 이들은 누구고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걸까? 두 인물의 모델은 호들러의 조카와 아들 헥토르다. 당시 아들은 14세였다. 이 그림을 그렸을 때, 호들러는 헥토르의 엄마와 헤어진 후 결혼한 부인과도 이혼한 상태였다. 사랑에 서툰 건 그림 속 모델이 아니라 오히려 화가 자신이었다. https://v.daum.net/v/20230302030124808 봄의 언어로[이은화의 미술시간]〈256〉 봄의 언어로[이은화의 미술시간]〈25..

수십억 빚더미 앉았지만…그림 그려서 다 갚은 '이 남자'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한국경제 2023. 2. 25. 07:51 수정 2023. 2. 25. 20:52 17C 네덜란드 풍경화 대가 얀 판 호이엔(1596~1656) 부드러운 색감으로 습한 공기 표현 실력 탁월하고 수완도 뛰어났지만 투자는 '마이너스의 손' 그림 시장을 이끈 ‘천재 엘리트 화가’ 우리나라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호이엔이라는 이름이 좀 낯설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잘 없고, 엉터리 정보도 많더군요. 하지만 유럽에서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풍경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호이엔이 살아있을 당시엔 같은 시대 화가인 렘브란트(1606~1669)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비록 큰 손해를 보긴 했지만, 호이엔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훌륭한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67] 피카소의 자화상

조선일보 2023. 2. 21. 03:02 창백한 얼굴에 시리도록 형형한 눈빛을 가진 이 남자는 스무 살의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다. 입술과 수염을 빼면 캔버스는 온통 청색이다. 흔히 ‘청색 시대’라고 구분하는 이즈음에 피카소는 이토록 어둡고 우울하고 차갑기만 한 푸른색으로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 장애나 빈곤 탓에 거리로 내몰린 불우한 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물론 갓 파리로 이주한 젊은 화가 피카소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당시는 그가 나름 성공했던 때였다. 그래서 혹자는 피카소가 춥고 배고파서 청색을 쓴 게 아니라, 오히려 청색을 쓰는 바람에 춥고 배고파진 거라고도 한다. 암울해 뵈는 그림은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https://v.daum.net/v/2023022..

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그렸다…'자식 15명' 키운 비운의 거장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한국경제 2023. 2. 18. 09:25 수정 2023. 2. 18. 22:32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거장 요하네스 베르메르 세계적인 인기에도 관련 기록 거의 없어 '수수께끼'같은 베르메르의 삶 각종 서류와 그림 속 힌트로 엿보다 베르메르만큼 어떤 사람인지 알기 어려운 거장도 드뭅니다. 그에 대해 남아있는 제대로 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몇 안 되는 기록들도 그의 출생 신고서나 상속 관련 기록 등 딱딱한 공문서들 뿐입니다. 그래서 베르메르의 삶을 따라가려면 조금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베르메르 연구서인 <Vermeer and His Milieu: A Web of Social History>, <Vermeer : A View of Delft> 두 권의 도움을 받아 그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 보겠..

“나랑 6년 계약해” 유명 女배우의 파격제안…인생 달라졌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알폰스 무하 편]

헤럴드경제 2023. 2. 18. 00:35 체코의 긍지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연재글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매니저, 그 그림 뭐야? 저게 새로 만든 포스터야?" 이때 베르나르가 다가왔다. 야단났다. 툭하면 욱하는 베르나르였다. 이 그림을 북북 찢을 수도 있었다. "..

정의는 이런 것[이은화의 미술시간]〈254〉

동아일보 2023. 2. 16. 03:01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은 고대인들도 했었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을 정의의 실현에 있다고 봤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가브리엘 메취는 정의의 모습을 한 점의 그림(‘정의의 승리’·1651∼1653년경·사진)으로 표현했다. (중략) 이 그림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가의 답이다. 악한 자를 벌하고 선한 자를 보호하는 것, 누구에게나 공정한 것, 그것이 바로 정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플라톤의 시대보다, 17세기 네덜란드보다 더 공정한지 되묻게 만드는 그림이다. https://v.daum.net/v/20230216030125666 정의는 이런 것[이은화의 미술시간]〈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