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집단 초상화

한국경제 2023. 1. 12. 16:20 이명옥의 명작 유레카 렘브란트 판레인 '직물제조업자 길드 이사들' 세계 무역 장악한 거상들 묘사 1702년 설립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동서양 상권 아우르며 황금시대 열어 6명의 개성을 제각각 표현하면서 3개의 수평선 통해 유대감도 부각 네덜란드선 단체 초상화 대유행 (전략)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부와 번영을 보여주는 걸작이 있다. 세계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렘브란트 판레인(1606~1669)의 대표작 ‘직물제조업자 길드 이사들’(1662)이다. 1661년께 렘브란트는 직물제조업자 길드 이사들의 단체 초상화를 의뢰받고 1662년 이 그림을 완성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왕과 귀족들이 초상화의 주요 고객이..

지옥 같은 세상[이은화의 미술시간]〈249〉

동아일보 2023. 1. 12. 03:01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조세희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문장이다. 1970년대 한국 사회의 계급 불평등을 조명한 이 소설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오노레 도미에가 그린 ‘삼등 열차’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은 한겨울 삼등 열차 속 풍경을 보여준다. 좁고 춥고 더러운 객차 내부, 딱딱한 나무 벤치에 여행자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다. 맨 앞줄에는 초라한 행색의 가족이 나란히 앉았다. 왼쪽 젊은 엄마는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다. 아기가 깨면 윗옷을 열어 젖을 물려야 할 테다. 가운데 할머니는 바구니를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깊은 상념에 잠겼다. 오른쪽 소년은 피곤한지..

“하늘이 허락한다면 내 목숨을 당신께 넘겨주고 싶었소”

조선일보 2023. 1. 7. 03:05 [아무튼, 주말]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삶과 예술의 뜨거운 동반자 부부 화가 김기창과 박래현 ‘운보 김기창(1913~2001)’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는 한때 한국 사회에서 ‘인간 승리’의 전형으로 통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극복하고 화가로 성공했으니 말이다. 1913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7살에 장티푸스를 앓고 청각장애인이 된 그는, 보통 사람처럼 읽고 쓰고 의사소통을 했을 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분명 김기창의 대단한 의지와 노력이 있었겠지만, 오늘 할 얘기는 김기창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의 영광 뒤에 가려진 채, 기꺼이 든든한 그늘이 되어 준 두 여인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내·자식·명예 다 잃었다"…그런데 왜 '빵' 터지셨어요[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렘브란트 편]

헤럴드경제 2023. 1. 7. 00:25 빛의 마술사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렘브란트는 거울을 봤다. 언제 감았는지 머리카락에는 기름기가 가득했다. 푹 팬 두 눈, 볼살이 쑥 들어간 두 볼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렘브란트는 거울 앞에서 눈을 부릅떴다. 인상도 쓰고, 허리도 바로 세워봤다. 거울 속 모습은 ..

베르사유궁의 루이 14세 vs. 현대의 보통 사람, 누구의 삶이 더 좋을까?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

한국일보 2023. 1. 5. 19:00 화려한 궁전 뒤에 숨겨진 끔찍한 악취 프랑스의 절대군주 루이 14세는 빨간 하이힐을 신은 17세기의 패셔니스타, 호화로운 베르사유궁의 주인으로도 유명하다. 루이 14세는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듯 프랑스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고, 태양의 신 아폴로를 흠모해 스스로를 태양왕이라고 불렀다. 또, 자신이 '신의 대리자'이므로 모든 신민에 대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중략) 보이는 게 다일까? 베르사유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끔찍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그곳은 도처에서 풍기는 역한 냄새로 숨쉬기조차 힘든 지옥이자 오물 저장고였다. 베르사유에 화장실이 전혀 없었다는 소문도 있지만 진실이 아니다. 왕족, 귀족들의 방에는 변기 의자나 요강..

모든 생명은 귀하다[이은화의 미술시간]〈248〉

동아일보 2023. 1. 5. 03:01 오스트리아 알베르티나 박물관에 가면 토끼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린 것으로, 아마도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일 것이다. A4 용지보다 작은 수채화가 명화라는 사실도 의아하지만, 화가가 왜 토끼를 모델로 삼았는지, 어떻게 살아있는 동물을 이렇게 정교하게 묘사할 수 있었는지가 더 궁금하다. (중략) 뒤러는 토끼를 가까이서 오랫동안 관찰했을 테다. 관찰은 관심이다. 관심이 있어야 오래 관찰할 수 있다. 관심은 사랑이다. 이 평범한 토끼를 명화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도, 생명에 대한 사랑과 오랜 관찰의 힘일 터. 이 그림의 메시지는 이런 게 아닐까. 모든 생명은 귀하다. https://v.daum.net/v/20230105030106946 모..

고개숙인 남자들 주목···“작을수록(?) 아름답다”고 외친 이 나라 [사색(史色)]

매일경제 2022. 12. 31. 10:03 [사색-2] 작은 머리, 선명한 복근, 긴 팔과 다리, 큰 눈과 오뚝한 콧날, 거기에 찰랑이는 머릿결까지. 고대 그리스가 그린 미(美)의 이상향입니다. 태곳적 미의 기준은 여전히 아름다움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그리스 남신을 묘사한 석상이 풍기는 아우라에 넋을 잃곤 하지요. 독일의 미학자 빙켈만은 “그리스 비율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은 절대자의 진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석상의 딱 한 군데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아름다움 그 자체지만, 어째서인지 남성성을 상징하는 성기가 형편없는(?)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석상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유달리 작은 성기로 묘..

“백번은 넘게 봤겠다” 모두 아는 ‘이 절규’의 놀라운 비밀[후암동 미술관-에드바르 뭉크 편]

헤럴드경제 2022. 12. 31. 01:00 노르웨이의 현자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아들, 따라오렴. 잘 보살펴줄게. 죽은 어머니였다. 에드바르 뭉크는 눈을 비볐다. 동생아, 같이 가자. 넌 여기가 더 어울려. 어머니는 죽은 누나 소피에로 바뀌었다. 뭉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두 손으로 귀를 꽉 막았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