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뒷모습은 정직하다[이은화의 미술시간]〈247〉

동아일보 2022. 12. 29. 03:02 초상화를 그릴 때는 모델의 정면이나 측면을 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함메르쇠이는 뒷모습을 그렸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최소한의 가구만 있는 실내에서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정체도 표정도 알 수 없다. 화가는 왜 모델의 뒷모습을 그렸던 걸까? 코펜하겐 출신의 함메르쇠이는 시적이고 고요한 회색 톤의 초상화와 실내 풍경화로 유명하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외국을 다니긴 했으나 고향인 코펜하겐에 평생 살며 자신의 집과 주변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이 그림은 1898년부터 11년간 살았던 스트란가데 30번지 아파트의 실내를 보여준다. 나무 의자에 앉은 여인은 오른팔을 등받이에 살짝 걸친 채 느슨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탁자 위에는 꽃 모..

[그림 에세이]폭설에 고립된 외딴 오두막조차 ‘따뜻’

문화일보 2022. 12. 27. 11:39 수정 2022. 12. 27. 11:55(이재언 미술평론가) 수채화가 박동국은 눈이 오면 산간 오지를 찾아 화폭에 담느라 바쁘다. 평범한 설경이 눈부신 것은 사람의 흔적이 있어서다. 겨우내 쌓이는 눈 속에서 영위되는 강인하고 위대한 삶의 궤적들이 감동적이다. 삭풍도 한설(寒雪)도 우리에겐 한 철 선물일 뿐. “그래. 머지않아 사라질 것들을 격렬히 사랑하자.” https://v.daum.net/v/20221227113927238 [그림 에세이]폭설에 고립된 외딴 오두막조차 ‘따뜻’ [그림 에세이]폭설에 고립된 외딴 오두막조차 ‘따뜻’ 이재언 미술평론가 오래전 이맘때 일본으로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도쿄 외곽에 살던 지인이 돈 아깝게 왜 호텔에서 자냐며, 당신 ..

1003대 모니터 명멸은 ‘깨어있으라’는 백남준의 죽비[윤범모의 현미경으로 본 명화]

동아일보 2022. 12. 27. 03:01 2022년 9월 15일. 국립현대미술관 역사에서, 아니 세계 비디오 아트의 역사에서, 기록적인 날이다. 과천관의 상징과 같았던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이 재가동되었기 때문이다. 4년 이상을 암흑 속에 있다가 어렵게 불을 켠 날, 이 어찌 감동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8년 2월 ‘다다익선’은 화재의 위험 때문에 작동 금지를 당했다. 재가동을 위한 논의만 무성했다. 그러는 사이에 1년이 훌쩍 흘러갔다. 내가 미술관에 취임하니 크게 3가지의 견해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원형 보존, 신기술 교체, 철거. 사실 이 같은 3가지 주장은 다 가능한 일이었다. 원형 보존은 ‘다다익선’에서 사용했던 브라운관(CRT) 모니터의 단종이라는 한계와 만나고 있었다...

美의회서 김장 담그고 삼겹살에 소주…한복 입은 女 정체

한국경제 2022. 12. 23. 13:29 한국화가 김현정 작가 인터뷰 美의회 '김치의 날' 행사서 초대 전시회 김장·삼겹살 작품 선봬…美의원 다수 참석 "그림 통해 김치가 한국 것임을 알릴 것" 이모티콘 개발 등 한국화의 대중화 노력 최근 미국 연방의회에서 한 여성이 한복을 입고 김장을 하는가 하면 삼겹살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공개됐다. 한국화가 김현정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도서관(Library of Congress)에서 처음으로 열린 '김치의 날' 행사에서 초대 전시회를 연 김 작가는 이 같은 작품을 최초로 선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김치 수출협의회는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알리기 위해 처음..

성공해야 할 이유[이은화의 미술시간]〈246〉

동아일보 2022. 12. 22. 03:01 아기 예수가 요셉에게 기대어 개와 놀고 있다. 개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지, 작은 새를 움켜쥔 오른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개는 앞발을 들어 이에 반응하고 있다. 실타래를 감던 마리아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비록 누추한 살림살이지만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 보이는 성가족의 모습이다. (중략) 무리요는 성가족을 미화하지 않고 평범한 노동자 가정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아기 예수의 머리에 후광도 없고, 목수 요셉의 이마엔 주름이 선명하다. 성모도 생계를 위해 노동하는 중이다. 두 동물을 그려 넣은 것도 특이하다. 아기 예수가 손에 쥔 새는 참새로 보인다. 참새는 자유의 상징으로, 선과 악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영혼의 자유를 의미한다. 작고..

합스부르크가 공주를 돋보이게 한 '난쟁이'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

한국일보 2022. 12. 1. 19:00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2세의 딸 이사벨 클라라 에우헤니아의 초상화다. 펠리페 2세는 16세기 유럽의 패권을 장악한 합스부르크가의 수장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카를 5세의 장남이다. 그는 무적함대 아르마다로 오스만 제국과의 레판토 해전에서 대승한 후 최전성기를 맞이한 스페인 황금시대의 군주이기도 하다. 이런 대단한 군왕을 아버지로 둔, 합스부르크가의 공주 이사벨의 자태는 우아하면서도 사뭇 장엄하다. 표정에는 자부심과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16세기 중반, 스페인 왕실은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가져온 금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공주의 공식 초상화는 당시 스페인 왕조의 힘과 권위를 보여준다. 깃털 머리장식을 한 이사벨은 섬세한 레이스 장식의 하이칼라가 달린, 금실로 ..

157년간 숨겨져 있던 비밀…'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 아래의 '자화상'

뉴시스 2022. 12. 19. 11:02 기사내용 요약 신시내티 미술관 관장, '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서 미세한 균열 발견 균열 아래 '하얀색 물감' 수상히 여겨 조사…숨겨진 초상화 찾아내 폴 세잔 초기 자화상으로 추정, 추후 추가 분석·연구 진행될 예정 '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에는 빵과 달걀, 그리고 식기들만 있던 게 아니었다. 작품 아래에는 화가 폴 세잔 본인으로 추정되는 초상화가 숨어 있었다. 미국 CNN은 15일(현지시간) '현대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이 1865년 그린 '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 아래 157년간 숨겨져 있던 비밀에 대해 보도했다. 원판 작품 아래에는 폴 세잔 본인으로 추정되는 초상화가 있었다. 신시내티 미술관 관장 세레나 유리는 봄 전시회에 걸렸던 '빵과 계란이 있는 정물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은화의 미술시간]〈245〉

동아일보 2022-12-15 03:00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독학해서 화가로 성공한 이들이 있다. 프랑스에 앙리 루소가 있다면 미국에는 프랜시스 윌리엄 에드먼즈가 있다. 세관원이었던 루소는 은퇴 후 전업 화가가 되었지만 에드먼즈는 평생 은행원이었다. 돈을 다루는 직업인이다 보니 그림을 그릴 때는 오히려 문학이나 도덕적 주제에 빠져들었다. https://v.daum.net/v/20221215030028172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은화의 미술시간]〈245〉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은화의 미술시간]〈245〉 프랜시스 윌리엄 에드먼즈 ‘새보닛’, 1858년.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독학해서 화가로 성공한 이들이 있다. 프랑스에 앙리 루소가 있다면 미국에는 프랜시스 윌리엄 에드먼즈가 있다. 세 v.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