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그렸다…'자식 15명' 키운 비운의 거장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바람아님 2023. 2. 19. 01:35

한국경제 2023. 2. 18. 09:25  수정 2023. 2. 18. 22:32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거장 요하네스 베르메르
세계적인 인기에도 관련 기록 거의 없어
'수수께끼'같은 베르메르의 삶
각종 서류와 그림 속 힌트로 엿보다

베르메르만큼 어떤 사람인지 알기 어려운 거장도 드뭅니다. 그에 대해 남아있는 제대로 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몇 안 되는 기록들도 그의 출생 신고서나 상속 관련 기록 등 딱딱한 공문서들 뿐입니다. 그래서 베르메르의 삶을 따라가려면 조금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베르메르 연구서인 <Vermeer and His Milieu: A Web of Social History>, <Vermeer : A View of Delft> 두 권의 도움을 받아 그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 보겠습니다.

베르메르의 삶은 평균적인 베이비붐 세대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이 물질적으로 넉넉지 못했다는 점부터가 그렇습니다. 베르메르는 1632년 네덜란드 중서부의 도시 델프트의 서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네덜란드 독립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였습니다. 아버지는 여관 주인이었고, 어머니는 이름을 쓸 줄 몰라 공문서 서명 칸에 ‘X’를 그렸던 문맹이었습니다. 당연히 가진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이들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https://v.daum.net/v/20230218092502910
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그렸다…'자식 15명' 키운 비운의 거장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그렸다…'자식 15명' 키운 비운의 거장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화가의 손에서 붓이 춤을 춥니다. 그 붓끝이 닿은 캔버스에서 꽃으로 만든 관이 피어납니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작업실, 화관을 쓴 모델의 손에는 트럼펫과 책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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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소녀의 눈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고, 입은 당장 뭔가를 말할 듯 조금 벌어져 있다. 수많은 미술사학자들이 그림의 모델을 찾으려 애썼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베르메르가 상상한 이상적인 여인을 그린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다. 완벽한 얼굴의 비례, 신비로운 푸른색 터번, 단 몇번의 붓질만으로 표현한 진주 귀걸이 등 뜯어볼수록 매력적인 작품이다.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지극히 일상적인 일인데도 고요함과 숭고함이 느껴진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어디선가 쪼르륵 우유 따르는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집중한 하녀의 얼굴과 옷의 색채 표현은 물론이고 왼쪽 벽은 회색으로, 오른쪽 벽은 흰색으로 칠한 명암 표현도 절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