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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26] 시진핑의 용인술 … 능력보다 충성이다?

바람아님 2016. 3. 15. 00:02
[J플러스] 입력 2016.03.14 02:39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무슨 일이든 도모하려면 자신을 받쳐줄 수족이 필요하다. 수족이 갖춰야 할 건 능력인가 아니면 충성인가. 언뜻 생각하기에 일을 하려면 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할 법 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능력 있는 자는 대개 말이 많다. 주군이 도대체 이 일을 왜 하려는 지에 대한 헤아림이 부족하기 일쑤다. 고로 듣기 거북한 간언을 곧잘 올린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쓰기가 어렵다.

당 태종 이세민이 위대한 이유는 목숨을 걸고 충성스러운 간언을 했던 위징(魏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들을 때는 무척이나 마음이 불편했겠지만 어쩌랴 좋은 약이란 게 입에는 써도 몸에는 이로운 것을.

중국꿈을 외치는 시진핑은 주로 어떤 사람을 쓰고 있나. 능력에 대한 판단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잠시 유보하겠다. 하나 시진핑의 용인술에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자기가 잘 아는 사람들, 또는 옛 부하들을 대폭 기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이 정권을 장악할 무렵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이른바 ‘지강신군(之江新軍)’의 약진이었다. 지강(之江)은 저장(浙江)성을 대표하는 첸탕(錢塘)강을 일컫는다. 갈 지(之)자처럼 이러저리 굽이쳐 흐른다 하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는 저장성을 뜻한다. 따라서 지강신군이라 함은 저장 출신의 관료를 뜻한다. 저장성은 시진핑이 2002년부터 약 5년 동안 당 서기로 근무하면서 중앙 무대로의 진출을 준비했던 곳이다. 그는 저장에서 치국(治國)을 위한 각종 정책을 설계하고 또 시험했었다.

그래서 현재 시진핑의 치국 방략을 이해하기 위해선 10여 년 전 저장 언론에 실렸던 시진핑의 글을 분석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 대표적인 게 저장(浙江)일보 1면에 실렸던 ‘지강신어(之江新語)’ 코너다.

시진핑은 이 지강신어 코너에 저신(哲欣)이란 필명으로 기고했다. 저장촹신(浙江創新)의 맨 앞(浙)과 맨 뒤(新) 글자와 발음이 같은 다른 두 글자(哲欣)를 선택해 자신의 필명으로 삼아 무려 200여 편이 넘는 칼럼을 발표했다.

이 같은 지강신군의 선두 주자로 중사오쥔(鍾紹軍) 중앙군사위 판공청 부주임과 샤바오룽(夏寶龍) 저장성 당서기, 리창(李强) 저장성 성장, 바인차오루(巴音朝魯) 지린성 당서기 등이 꼽힌다.

두 번째로 주목 받는 시진핑의 옛 부하 그룹은 ‘민강구부(?江舊部)’다. 민강은 푸젠성을 대표하는 하천이며 구부(舊部)는 옛 부하를 뜻한다. 따라서 민강구부란 푸젠성에서 시진핑과 동고동락한 옛 부하를 가리킨다.

시진핑은 저장으로 가기 전인 1985년부터 17년 동안 푸젠성 곳곳을 전전했다. 이 그룹의 대표적 인물로는 차이치(蔡奇) 중앙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과 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 부부장 등이 있다.

시진핑의 또 다른 인맥은 자신의 동창이다. 그 중 하나가 시진핑의 모교를 연줄로 하는 ‘신청화계(新淸華系)’다. 칭화(淸華)대학 출신을 말하는 것이다. 신(新)이 붙은 이유는 장쩌민(江澤民) 집권 시절 주룽지, 후진타오 등 칭화대 출신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잇따라 배출되면서 대청(大淸)시대란 말을 낳았기 때문에 이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현재 신청화계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는 시진핑의 화공학과 동창인 천시(陳希)다. 둘은 학창 시절 위아래 침대를 쓴 사이다. 천시는 시진핑의 출세와 더불어 승승장구해 현재는 중앙조직부 상무 부부장으로 시진핑의 인사(人事)를 돕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또 다른 동창은 시진핑의 경제 책사라는 이야기를 듣는 류허(劉鶴)다. 실제로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이는 리커창 총리가 아닌 류허라는 말을 낳고 있는 인물이다. 류허는 시진핑과는 베이징 101 중학 동창 관계다.

이런 시진핑의 용인술 탓에 중국에선 시진핑의 집안 사람들이란 뜻의 ‘시자쥔(習家軍)’이란 말이 나온다. 장점은 시진핑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기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점은 파벌 형성의 우려다. 당이나 국가에 충성한 게 아니라 시진핑이란 개인에 충성한 인물로 정가를 채우고 있다는 비난이다.

중국의 경우나 현재 우리의 경우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