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시론>國政이 '봉숭아 학당'식이어선 안 된다

바람아님 2017. 8. 5. 09:54
문화일보 2017.08.04. 14:00

김종호 논설위원

TV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인 ‘봉숭아 학당’은 교실에서 어중이떠중이인 학생들과 교사가 엉뚱하고 허황한 말을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코미디극이다. 현실에서도 드물지 않은 상황을 풍자해, 구성원들 자질이 수준 미달이거나 어이없는 언행을 보이는 경우에 흔히 ‘봉숭아 학당’에 빗댄다. 이 프로그램은 폐지 6년 만에 지난달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근 행태도 ‘봉숭아 학당’에 비유할 만하다. 대한민국 절체절명의 과제인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를 두고도 코미디가 따로 없다. 전임 정부가 경북 성주 부지에 연내에 배치 완료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는데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소규모’ 아닌 ‘일반’으로 다시 받아야 하는 것으로 바꿈으로써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41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2차 시험발사를 강행한 지 3일 만인 3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연출한 황당한 장면은 더 가관(可觀)이다. 1개 포대가 6기(基)로 구성되는 발사대 중에 아직 배치되지 않은 4기에 대한 임시 배치를 문 대통령이 지시했는데도, 이를 헷갈리게 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 국민이 불안하다고 하면 재고할 수 있다는 의미” 운운해 배치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하고, 배치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인지를 질문하자 “그런 의미도 포함된다”며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는 것으로 들리게 했다.


상황 인식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듯한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황급히 나선 여당 의원이 변명을 유도한 뒤에야 “성주 기지 안에서 재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군색하게 둘러댔다. 배치 지역에서 유해(有害) 전자파가 전혀 검측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지적엔 “대단히 정확한 지적으로, 옳은 말씀”이라면서도,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환경부와 협의 사항은 비밀”이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느냐. 조속히 보고하라”는 추궁과 요구가 나온 뒤에야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임박 징후를 26일 이전에 보고받아 미리 알고 있었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북한 도발 직전일에 사드 추가 배치 여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 후에나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이를 불과 15시간 반 만에 뒤집으면서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이런 갈팡질팡 과정도 코미디로 비친다.


여당 일각에서조차 부적격 의견이 나올 만큼 예사롭지 않은 흠결로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부터 거부된 인사의 국무위원 임명을 강행, ‘절차적 정당성’ 인식부터 비뚤어진 장본인들이 ‘절차적 정당성’을 외치는 행태 또한 ‘내로남불’을 넘어 ‘봉숭아 학당’식이다. 사드 문제만 그런 게 아니다. 탈원전(脫原電)을 내세운 에너지정책도 다르지 않다. 공정률 28.8%에 이른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를 자의적으로 중단시켜 놓고, 법적 근거조차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에너지 전문가는 완전히 배제한 원자력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이 조직하는 시민배심원단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다.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는 그 위원회가 자신들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배심원단 구성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문 정부 측과 급하게 조율한 뒤에 입장을 번복한 일도, 신재생에너지 학자를 엉뚱하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앉힌 것과 함께 또 한 편의 뒤죽박죽 코미디다.


일자리 대폭 감소를 비롯해 심각한 폐해가 이미 드러나기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문 대통령이 “1년 해보고 성과를 살펴본 뒤에 속도 조절을 할지, 이대로 갈지 결론 내겠다”고 밝힌 것도 예외가 아니다. 재앙이 닥치는지 일단 실험해본다는 것으로 ‘아니면 말고’ 식이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의 경제 공약 마련에 관여했던 주진형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이 “‘덜컥 수’인 것을 두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말처럼 들린다”면서 이렇게 덧붙였겠는가. “누가 어떻게 만든 공약인지도 불분명하다. 대기업 노조의 선무당 소리를 당론으로 받은 김에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싶다.” 백년대계여야 할 주요 국정(國政)까지 이처럼 ‘봉숭아 학당’ 식이면 국가 미래가 어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