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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쟁 치욕 잊지 말자" 인민해방군 현대화 가속

바람아님 2014. 3. 15. 08:53
지난 3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으로 시작된 양회(兩會)가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으로 일정을 마쳤다. 그 동안 2,136명의 정협 위원들은 4,982건의 건의안을 제출했고, 2,932명의 전인대 대표는 정부업무보고, 국민경제와 사회발전계획, 중앙 및 지방 예산 초안 등을 보고받고 심의했다. 특히 2014년은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결정된 '개혁을 전면적으로 심화'하기 위한 각 분야의 구체적 방안이 시행될 첫해다. 3회에 걸친 양회 결산을 통해 '전면심화개혁 원년, 2014년의 중국'을 그려본다.

"120년전 갑오전쟁(청일전쟁)의 치욕을 잊지 말자, 부끄러움을 아는 게 진정한 용기다."

인줘다오(尹卓道) 정협 위원 겸 인민해방군 해군 정보화자문위원은 이번 정협에서 "피와 눈물, 굴욕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화망(新華網)은 양회 기간 군대 대표들이 청일전쟁 120주년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올해 전인대에서 지난해에 비해 12.2%나 늘어난 8,082억2,000만위안의 국방 예산안을 통과시킨 배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증가폭은 2013년(10.7%), 2012년(11.2%)보다 더 큰 것이다. 더구나 이는 대내외에 공표하는 공식 국방비일 뿐이다. 올해는 또 중앙 국방비만 공개되고 지방 국방비를 합친 전국 국방비는 발표조차 안 됐다. 특히 과학기술 연구개발 항목 등에 숨어있는 첨단무기 개발비와 해외 무기 구입 등에 사용되는 특별예산 등은 추정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실질 국방비가 적어도 공개된 액수의 두 배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가 이미 미국의 절반에 달한다는 얘기이다. HI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와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올해 주요 국가 국방비는 미국(624.8조원), 중국(141.1조원), 러시아(85.4조원), 영국(62.3조원), 일본(58.7조원), 프랑스(57.0조원)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는 35조7,000억원이다.

관심은 중국이 이 많은 국방비를 주로 어디에 쓰고 있는지로 모아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와 관련, 지난 11일 전인대 인민해방군 대표단과의 회의에서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의 정당한 권익과 핵심 이익을 절대 포기하거나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언제든지 싸울 수 있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군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지난 5일 정부 업무 보고에서 "강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군대의 혁명화, 현대화, 정규화, 정보화 건설을 강화하겠다"며 "신기술 무기를 발전시키면서 국방 및 군대의 개혁을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첨단 무기를 갖춘 강한 군대를 만들어 영토 주권을 지키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아시아 복귀와 일본의 우경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국방력 강화가 절박한 과제다. 신화통신은 늘어난 국방 예산이 ▲무기 장비 현대화 ▲군인 처우 개선 ▲군대 체제 편제 개혁 등 3개 방면에 주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이런 군사력 증강을 토대로 국제 사회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는 외교를 펼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중국은 책임지는 대국"이라며 "국제적 다자간 사무에 적극 동참,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국제적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올해 적극적이면서 주도적으로 책임 대국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특히 주변국들에게 중국의 발전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함으로써 함께 발전하는 운명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2014년이 그 동안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자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 외교가 적극적인 '책임 대국' 외교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