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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아들과 결혼한 엄마?..'콩가루 집안'의 속사정

바람아님 2014. 7. 23. 10:57
지난 15일 중국 장쑤성 난징시의 한 파출소에서 벌어진 소극입니다. 호구(우리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담당하는 정모 경관은 한 장의 이혼 신고서를 받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나 겪는 일상입니다. 하지만 내용이 사뭇 남달랐습니다. 지난 9일 결혼한 신혼부부가 일주일도 안 돼 이혼한 것입니다. 남편 덩웨이 씨의 나이는 24살, 아내 허리 씨의 나이는 46살, 범상치 않은 조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서류를 가져온 사람은 엉뚱하게도 여성과 올 3월 이혼한 전 남편 덩뱌오 씨였습니다.

정 경관은 뭔가 수상하다 느꼈습니다. 상부에 보고한 뒤 이혼을 신고한 부부의 사회 관계를 정밀 조사했습니다. 결과를 받아보고 기절초풍 했습니다. 부부는 모자, 친어머니와 아들 관계였습니다.

정 경관이 파악한 이들의 관계입니다. 올 3월 덩뱌오 씨와 허리 씨는 이혼했습니다. 4개월 뒤 허리 씨는 친아들인 덩웨이 씨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엿새 만에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것입니다. 덩웨이 씨도 지난해 말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내 허리 씨만 바빴던 게 아닙니다. 남편 덩뱌오 씨는 그새 아들 덩웨이 씨 전처의 어머니, 즉 자신의 전 안사돈과 결혼했습니다.

세상에! 이 무슨 콩가루 집안인가요? 물론 애정 관계로 인한 소동이 아닙니다. 발단은 순전히 '돈'이었습니다.

현지 경찰의 조사 결과 아들 덩웨이 씨는 2년전 군에서 퇴역했습니다. 퇴역병 복지 혜택에 따라 고향 난징시 젠옌구의 쟝신저우가에 직장을 얻게 됐습니다. 당연히 호구도 이 지역에 등록했습니다. 덩 씨는 결혼한 아내와 장인, 장모를 자신의 호구에 올렸습니다.

덩 씨의 친부모, 즉 덩뱌오 씨와 허리 씨는 멀지 않은 치샤구에 살고 있었고 그래서 호구도 그 지역에 있었습니다.

문제는 쟝신저우가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생겼습니다. 쟝신저우가에 호구가 있는 사람들은 한 사람당 수십만 위안, 우리 돈 몇 천만 원대의 이주보상비를 받게 됐습니다. 호구에 많은 사람이 올라있을 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덩 씨의 친부모는 위에서 봤듯이 이 지역에 호구가 없었습니다. 아들의 호구에 이름을 올리려 해도 나이와 조건 등이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이들이 생각해낸 방법이 결혼입니다. 부모로서 아들의 호구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면 결혼으로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 부부를 이혼시키고 어머니는 아들과, 아버지는 전 안사돈과 결혼을 해 호구를 해당 지역으로 옮기려 했습니다.

다만 그 지역 파출소가 덩웨이 씨와 허리 씨의 나이 차이에 의심을 품고 위장 결혼 가능성이 있다며 호구 변경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가짜 결혼도 소용없게 되자 모자는 다시 이혼을 진행했고 앞서 봤듯이 이 과정에서 모든 꼼수가 들통 났습니다.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듭니다. 어떻게 친어머니와 아들의 결혼이 받아들여질까? 해당 지역 민정국이 털어놓은 이유입니다.

"우리로서는 두 사람이 모자 관계인 것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민정국 전산망과 공안국 전상망이 연계돼있지 않기 때문이죠.

중국 가족법에는 혈연관계이거나 3대 안의 혈족 관계일 경우 결혼할 수 없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이혼하고 자녀와 성이 다른 쪽이 호구에서 삭제되면 친자녀와 아무런 가족관계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기록상으로는 남남인 셈이죠. 이를 확인하려면 공안국의 전산망에 접속해야 하는데 우리는 권한이 없습니다. 특별한 문제점이 있어 공안국에 요청하지 않을 경우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이 사건도 공안국이 수상쩍게 여겨 조사에 들어가서야 내막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행동은 한 정신 나간 가족의 특별한 사례 아니겠느냐고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지난달 중국 언론을 시끄럽게 했던 일입니다. 구이저우 구이양시 근교의 농촌인 윈관향에서 최근 1년 새 지역 가구의 절반 넘게 이혼했습니다. 심지어 한 가구는 3대 8쌍의 부부가 이혼했습니다. 80대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까지 이혼했을 정도입니다.

지역 언론에서 취재한 결과 원인은 개발에 따른 이주비 때문이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단독 세대에 더 많은 이주비를 줬습니다. 이것이 엉뚱한 효과를 낳았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 2명인 한 세대에게 1인당 50만원씩, 모두 1백만 원을 주는데 비해 단독 세대에게는 70만원을 줬습니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이주하면 100만원만 받을 수 있지만 이혼을 해서 2개의 단독 세대를 만들면 백40만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너도 나도 이혼에 나선 것입니다.

지역 정부에서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독 세대에게 50 제곱미터짜리 집을 준다고 2인 가족 세대에게 1백 제곱미터의 집을 줘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단독 세대의 사정을 고려한 셈인데 결과적으로 이혼을 부추겼습니다.

그럼 개발보상비나 이주비를 지급하는 방식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면 이런 황당한 일들이 사라지지 않겠느냐고요?

몇 달 전 쓰촨성 청두시에서 아버지와 친딸이 결혼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이들도 사정이 있었습니다. 딸은 청두에서 직장을 구해 호구를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시골에 사는 아버지는 딸의 호구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습니다. 까다로운 조건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못해 반드시 청두시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러자 부녀는 이런 편법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가짜 결혼, 가짜 이혼은 이밖에도 수많은 이유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임대 주택을 얻기 위해서, 1자녀 정책을 피해 두 번째 자녀를 갖기 위해서, 자식을 좋은 학군에 넣기 위해서 등등입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그래서 '호구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모두 없애야만 이런 불합리한 사회현상이 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호구에 근거해 혜택이 주어지고, 반면 호구 이동은 엄격히 통제되는 현실상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천태망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돈 때문에 결혼하고, 돈 때문에 이혼하고, 나아가 아무리 서류상이라지만 친어머니, 친아버지와 법률적으로 부부가 되고...

중국의 대사상가 공자가 보면 기절해 쓰러질 광경입니다. 단순히 제도의 미비나 허점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습니다. 근본적인 가치 뒤바뀐게 더 걱정입니다.

물론 중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돈이 '유일신'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그저 세태로 치부하고 넘어가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