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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정상화 50년 맞은 韓日관계… 세계 전문가에 묻다] [6] 스티븐 보즈워스 前 주한 미국 대사

바람아님 2015. 6. 17. 09:24

(출처-조선일보 2015.06.16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6] 스티븐 보즈워스 前 주한 미국 대사

"과거보다 좋아진 韓·日, 미래엔 더 좋아질 것"

-역사의 무게, 가볍지 않아
"英 식민지배 받았던 미국, 100년 지나도 영향 받아… 장기적으로 보고 대화해야"

-정치 상황 삐끗했지만…
"무역·관광 상호관계 여전… 양국 頂上이 긴장 푸는 게 한국 이익에 더 좋을 것"

스티븐 보즈워스(76)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역사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며 "미국은 식민 지배를 했던 영국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데 100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도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지금이 최악이라고 여겨지지만, 20년 전보다는 훨씬 좋아졌고, 앞으로 20년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고, 1987년~1995년 미·일 재단 회장을 지내 양국을 너무나 잘 아는 그는 
"정치가 삐끗해도, 다른 분야는 여전히 소통하고 있다. 일본 아줌마들이 계속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약.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본지 인터뷰에서“과거사의 무게는 가볍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이 계속해서 만나고 대화하면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본지 인터뷰에서“과거사의 무게는 
가볍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이 계속해서 만나고 대화하면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윤정호 특파원
―한·일 관계가 지금 어떻다고 보나.

"정치가 문제지만, 두 나라는 무역, 관광, 인적 교류 등 늘 상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가 중요하다지만, 전체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양국 정상이 한 번도 제대로 만나지 않은 채 3년을 끌고 있다. 정상적이지는 않은데.

"역사가 많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유독 한·일 관계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과 영국을 봐라. 식민 사회의 영향을 아직도 받는다. 100년 이상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교과서 문제라든지, 양쪽의 리더십이라든지 다 길게 봐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정치적 이익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게 만드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아베 총리가 기존 입장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데 한국이 오해한다는 것인가.

"일부 일본인은 과거사에 관한 한 아무리 사과를 해도 한국을 절대 만족하게 하지 못한다는 말을 한다. 
중요한 것은 침략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과거 총리의 성명을 일본 정부가 바꾸지 않는 것이다. 
역사의 무게는 정말 무겁다. 한·일 관계에서 매우 엄중한 유물이다."

―올해가 한·일 수교 50주년이고,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인데, 양국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 차원의 관계를 낮은 단계라도 유지하고, 무역·관광을 지금처럼 계속하면 된다. 
일본 아줌마들이 한국 드라마를 꾸준히 보고, 한국 학생들이 일본 방문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이 나설 상황은 아닌가.

"미국 역할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한·일 양국이 계속 만나고 관계를 맺게 하는 데 일종의 응원자 역할이지, 문제 해결자로 나설 수는 없다."

―정말 궁금한 게, 미국인의 생각이다. 한·일 관계가 어긋나는 책임이 어디 있다고 보나.

"대부분의 미국인은 단순하게 한·일 관계가 잘됐으면 한다. 미국이 양쪽 모두와 동맹이기 때문이다. 
과거사만 보면 한국에 대해 동정적 흐름이 있다. 우리도 식민 지배를 해봤고, 그게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누구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미국이 너무 일본과 가깝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이 소외당한다는 느낌이다.

"한국과도 마찬가지로 가깝다. 소외당한다고 여길 이유가 없다. 한·미 관계는 강하다. 
미국이 일본과 가깝다고 그걸 비교할 필요가 없다. 개별적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과의 대화를 아직도 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판단이고, 한국의 결정이다. 다만, 양국 관계는 95% 이상이 정상이다. 
앞으로 더 접촉이 잦아지고 활발해질 거다. 6개월 전보다는 좋아지고 있다."

―중·일 관계는 좀 나아지는데, 중국이 한·일 갈등을 악용하는 것은 아닌가.

"과거사 이슈가 있어도 시진핑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는 사진 찍고 악수하면서 관계 진전을 봤다. 
한동안 중국이 일본과 과거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것을 생각하면 어리둥절하다. 
한국만 중간에 이상하게 됐는데, 중국이 자신은 관계를 좋게 하면서, 한·일 갈등을 부추기려고 했을 수 있다. 
과거사와 역내 안보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과 긴장 관계를 더는 게 한국의 이익에 좋다. 두 지도자가 정기적으로 만나야 한다. 
시작은 어려울지 몰라도, 양국 국민이 이런 모습에 익숙해져야 한다."

―일본이 선진국이라면 독일처럼 진솔하게 몇 번이고 사과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

"독일은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 학살) 때문에 더 사과하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심오한 과정을 거쳤다. 
매우 건설적인 리더가 되고 있고, 심지어 이스라엘과의 관계도 좋다. 
미국의 점령 정책이 일본에 면죄부를 준 측면이 있다. 일본 왕에게 전쟁 책임이 없다고 했다. 
일본 사람들은 '천황이 책임이 없는데, 우리가 왜'라는 생각을 했을 거다. 
독일 국민은 누구나 전쟁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이다. 그래서 무라야마, 고노 담화를 통해 사과도 했다. 
한국인은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지만, 이제는 조금씩 마음을 열 때도 됐다. 
더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있다면, 그건 그대로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한·일 양국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나는 긍정적이다. 20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앞으로 20년은 더 좋아질 것이다. 
양국은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 계속해서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라. 공적·사적 분야 모두에서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 간다. 여하튼 만나야 한다. 
또 결과가 없더라도 말하는 게 아무 말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보즈워스 前주한 美대사는]

스티븐 보즈워스(76)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외교 전문가로서 평생을 살아왔다. 
1987년 외교아카데미의 '올해의 외교관상'을 받은 그는 한국(1997~2001년), 필리핀(1984~1987년), 
튀니지(1979~1981년) 대사를 지냈고, 미·일 재단 회장(1987~1995년)을 8년간 맡기도 했다. 
대북 정책에도 밝다. 1995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지내, 2009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대북 정책 특별대표로 그를 임명했다. 
터프스대 플레처스쿨 학장을 지냈고, 지금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