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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으깨자" "광고 끊어야"… 日, 또 언론 입막기

바람아님 2015. 6. 27. 18:43

(출처-조선일보 2015.06.27  도쿄=김수혜 특파원)

아베 측근 주최 모임서 자민당 의원들 발언 논란
아베 "사실이라면 유감"
日언론들은 대부분 침묵

25일 도쿄 도심 자민당 당사에 자민당 소속 의원 37명이 모였다.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운 기하라 미노루(46) 중의원 의원이 만든 모임 '문화예술간담회' 첫 회의였다.

표면적으론 소장파 의원들의 공부 모임을 표방했지만, 실제론 아베를 따르는 젊은 의원들이 정국 돌파 로드맵을 짜는 
자리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재선되는 흐름을 만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들이 첫 모임에 부른 강사가 '영원의 제로(永遠の0)'를 쓴 우익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59)였다. 
2차대전 때 일본군 자살 폭탄 공격을 다루면서, 침략에 대한 반성은 미뤄두고 일본 병사 개개인이 순수하고 치열하게 싸운 
점만 강조한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소설이 "신화를 날조했다"고 혹평했다.


	아베 정권 출범 후 언론 관련 발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햐쿠타는 이날 단순한 논리와 거친 언어로 비판 언론 분쇄 방안을 이야기했다.

햐쿠타는 우선 아베 정권의 안보법제 개정 작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 총리를 비판해온) 오키나와의 두 신문을 으깨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이 오키나와 제도 중 어느 한 섬을 취해야, (그 두 신문도) 눈을 뜰 것"이라고 했다.

의원들도 막말을 쏟아냈다. 
아사히신문은 의원들이 "언론을 혼내주려면 광고료 수입을 없애는 게 최고"라면서 
"일본경제단체연합회를 압박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권에) 악영향을 주는 방송 프로그램 목록을 발표하고, 광고 스폰서를 열거하면 된다"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파문이 커지자, 아베 총리는 26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이 모임엔 가토 가쓰노부 관방부장관도 참석했다. 
가토의 상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모임 참석은 (가토) 개인의 자유다" "햐쿠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 
"당에서 나온 발언이니까 정부 차원에서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기자들의 추궁을 피해갔다. 
기자들이 "선배 의원으로서 이런 발언들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고 늘어지자, 
그는 결국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어느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물러섰다.

아베 정권의 언론통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 이후 공영방송 NHK 회장에 방송과 아무 인연 없는 측근 모미이 가쓰토 전 미쓰이물산 사장을 임명했다. 
소설가 햐쿠타에게도 NHK 경영위원 자리를 줬다.

작년 11월 TBS 뉴스가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다"는 시민 인터뷰를 내보내자, 
아베 총리가 "실태를 반영하지 않은 보도"라고 꼭 짚어 비판했다. 
곧바로 자민당이 NHK와 민방 5개 사에 "중립을 지키라"는 공문을 보냈다.

모임을 조직한 기하라는 일본군위안부와 관련,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일본군이 본인 의사에 반해 매춘을 강요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광고를 냈던 인물이다. 
일본 주요 언론사 중, 기하라가 조직한 모임에서 "신문사를 으깨버리겠다"는 말이 오갔다는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한 곳은 마이니치·아사히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일본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