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0.03 이한수 문화부 기자)
부모가 먹고 경험한 것 따라 특정한 유전자 스위치 켜지거나 꺼진채 遺傳
트라우마도 자식에게 영향
"어떤 결정 하는가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어"
"쟤는 누구 닮아서 저 모양이야?" 아이를 탓할 일이 아니다.
그건 아버지인 당신의 유전자 때문일지 모른다. 그럴 리 없다고?
우리 집안에 대대로 저런 아이는 없었다고? 하느님은 안 믿어도 DNA는 속일 수 없다고?
두 책은 최근 의생물학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세계로 안내한다.
두 책은 최근 의생물학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세계로 안내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유전자는 자식 세대에게 그대로 전달되지만,
특정 시기 먹고 마시고 경험한 모든 일에 따라 특정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진 채로
자식에게 전해진다는 새로운 학설이다.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의 저자는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로 후성유전학의 권위자다.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의 저자는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로 후성유전학의 권위자다.
그는 "유전자는 판박이를 찍어내는 '주형(鑄型)'이 아니라 연극의 '대본'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대본이라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오듯이 동일한 유전자라도
어떤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운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 /Getty Images Bank
생쥐 실험을 사례로 든다. 농약 성분인 빈클로졸린을 투여받은 수컷 생쥐는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데 그 효과는
손자의 손자까지 영향을 준다.
여왕벌은 일벌과 유전자로는 100% 일치한다.
다른 점이라면 생후 3일부터 로열젤리라는 특수한 음식을 먹는 차이밖에는 없다.
이 작은 차이 때문에 일벌은 수명이 2~3주에 불과하지만 여왕벌은 몇 년을 산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네덜란드는 2만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을 겪었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네덜란드는 2만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을 겪었다.
1944년 11월부터 1945년 5월까지 불과 6개월 기간이었지만 당시 태어난 아이는 체중이 크게 줄었다.
이는 당대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니다. 당시 태어난 아이는 이후 전혀 영양에 문제가 없었는데도 성인이 되어
낳은 자식의 체중에도 영향을 미쳤다. 후성유전자의 변형은 최소 4대까지 미친다고 한다.
정신적 충격도 자식에게 유전된다.
코르티솔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스트레스 반응물질이다.
특정 시기 정신적 상처를 겪은 이들은 나중에 전혀 문제가 없을 때에도 코르티솔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트라우마는 유전자를 변화시키며 변형된 유전자는 다음 세대까지 전해진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쉽게
받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다.
신경유전학 박사이자 의사인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의 저자는 "심리 치료를 마치고 다 잊어버렸다고, 괜찮아졌다고 느끼고 난 오랜 후에도 우리의 유전자는 그 경험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선택이 다음 세대 그리고 그다음의 자손에까지 큰 차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
물려받은 유전자가 비록 좋지 않더라도 나의 올바른 선택에 따라 자식 세대에게 좋은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진 채로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어디에 사느냐, 어떤 스트레스에 맞닥뜨리느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DNA를 바꿀 수 있다.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두 책은 후성유전학의 최근 성과를 소개한다. 여왕벌이나 생쥐 실험 같은 사례가 모두 등장한다.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가 더 학문적이고,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는 더 쉽게 읽힌다.
나의 선택에 따라 내 유전자가 바뀔 뿐 아니라 자식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가슴이 서늘하다.
이제라도 잘 살아야겠다는 자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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