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만물상] 김규진의 高宗 사진

바람아님 2015. 10. 7. 09:18

(출처-조선일보 2015.10.07 김태익 논설위원)

서산 개심사(開心寺)는 '마음을 여는 절'이라는 이름처럼 고즈넉하다. 
대웅전 마당을 가로막듯 선 누각 안양루에 큰 글씨 편액 '상왕산 개심사(象王山 開心寺)'가 붙어 있다. 
모난 데 없으면서 힘 있는 예서(隸書)가 편안하면서도 묵직하다. 구한말 서화가 해강(海岡) 김규진 작품이다. 
그는 특히 대자(大字)에 독보적이어서 이름난 절마다 편액을 남겼다. 
큰 붓을 어깨에 걸친 채 양손으로 붓대를 잡고 글씨를 썼다고 한다. 삼보(三寶) 사찰 통도사·해인사·송광사부터 
쌍계사·마곡사·전등사·건봉사에 이르기까지 그의 글씨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강은 한국 사진사(史) 첫머리를 장식한 선각자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사진을 배운 그는 지금의 서울 소공동에 우리나라 최초 사진관 천연당을 냈다. 
흑백 필름만 있던 시절 해강은 화가로서 특기를 살려 '오색설채(五色設彩)'를 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자결한 매천 황현의 사진도 이때 찍었다.

[만물상] 김규진의 高宗 사진
▶새해를 맞으면 1000명 가까운 손님이 사진을 찍으러 몰려들었다. 
남녀가 유별하던 때라 '부인이 촬영할 시에는 처소를 따로 마련해 남자는 일절 출입할 수 없게' 했다. 
사진 한 장 찍는 데 쌀이 몇 가마니씩 하다 보니 사진값을 떼먹는 사람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당시 매일신보에는 이런 광고가 실릴 정도였다고 한다. 
'사진 대금을 술값과 같이 보고 지금까지 갚지 않는 사람은 바로 보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한미사진미술관 자료집)

▶해강은 한때 궁내부 관리로 고종의 시종을 지내며 황태자 이은(李垠)에게 한학과 서예를 가르쳤다. 
해강과 덕수궁 대청에서 말놀이를 하기도 했던 이은은 나중에 '규진에게 말 오백필, 은 삼천량을 하사하노라' 하는 증서를 
써주기도 했다. 해강은 고종과 엄비(嚴妃)의 사랑을 받아 대한제국의 유일한 황실 사진사가 됐다.

▶1905년 해강이 찍은 고종 황제 사진이 미국에서 발견됐다.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딸 앨리스 일행이 조선에 왔을 때 고종이 선물로 준 사진이다. 
고종의 사진은 여럿 있지만 한국인이 찍은 사진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해강은 흑백 사진 속 고종의 황룡포에 노란색을 입혔다. 
고종이 미국 사절단 일행을 환대한 보람도 없이 대한제국은 몇 달 뒤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주권을 내줘야 했다. 
늑약이 체결된 곳은 고종이 사진을 찍은 덕수궁 중명전이다. 
해강을 다시 만나고 사진사(史)의 한 페이지를 더하는 기쁨은 있지만 대한제국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사진이다.



(참고 기사 조선일보 2015.10..06)
[오늘의 세상]
110년前 고종이 美사절단에 선물한 초상사진 발견

-고종 황제의 슬픈 사연
美에 마지막 희망 걸었지만 사절단은 이미 日지배 인정
'가쓰라-태프트 밀약' 체결

-루스벨트 딸, 21세에 亞순방
미모 뛰어난 '사교계의 여왕'
"내게 사진 선물한 황제는 존재감 없이 애처로웠다"


(왼쪽 사진)1905년 여름 만추리아호 선상에서 사절단 일행이 찍은 사진. 

맨 아랫줄 가운데가 앨리스 루스벨트, 앨리스 왼쪽은 이듬해에 그녀와 결혼한 니컬러스 롱워스 하원의원, 

앨리스 위쪽에 앉은 거구의 남자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사절단장이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앨리스 일행이 선박에서 내리는 모습. 

(오른쪽 위 사진)고종황제 초상 사진은 목제 상자에 담겨 미국 사절단에 전달됐다. 

사진 오른쪽에 '대한황제진 광무구년 재경운궁'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광무9년은 1905년, 경운궁은 지금의 덕수궁을 뜻한다.

/스미스소니언 협회·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110년전 高宗이 루스벨트 대통령 딸 일행에 선물한 초상 사진 발견 - 

황룡포를 입은 고종 황제 사진이 미국 뉴어크박물관에서 발견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4월 이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던 중 

1905년 경운궁(덕수궁)에서 황실 사진가 김규진(1868~1933)이 촬영한 

고종 황제의 사진을 찾았다고 5일 밝혔다. 

1905년 9월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파견해 대한제국을 방문한 

아시아 순방 사절단에 고종이 선물한 사진이다. 

순방단 일행엔 루스벨트의 스물한 살 딸 앨리스도 포함돼 있었고, 

고종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오른쪽은 1902년 앨리스가 사교계에 데뷔할 무렵 애완견을 안고 찍은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