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는 그 둥근 모양과 밝은 색이 태양을 상징하며 양(陽)의 숫자 중 가장 큰 수인 9가 겹치는 시기 곧 중양절(重陽節) 때 피어나기에 양기가 센 의미를 여기서 찾는 듯하다. 이 무렵 뒷동산에 올라 산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 산수유 열매가 자줏빛으로 붉은색이 귀신 쫓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벽사(壁邪)신앙이다.
두보의 시 ‘9일 남전의 최씨 별장에서(九日藍田崔氏莊)’는 그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년 이 모임에 누가 건재할지 아는가. 얼근히 취한 눈으로 산수유를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네.(明年此會誰知健 醉把茱萸仔細看)”
가을이 깊어가는 데 따른 애상을 노래한 두보의 또 다른 시 ‘가을밤(秋夜)’을 음미해 보자. “찬이슬 높은 하늘 가을이 맑고, 홀로 밤을 새니 가슴이 설렌다(露下天高秋氣淸 空山獨夜旅魂驚)/…/ 병든 이 몸으로 남쪽 국화 다시 보니, 북녘 가족소식 없어 기러기도 무심코나(南菊再逢人臥病 北書不至雁無情)”
한로 즈음 농촌은 바쁜 시기이다. 벼이삭과 수숫대, 콩잎 등이 바람결에 서걱거리고, 온갖 과일이 농익어 수확할 때여서 일손이 모자란다.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기에 농부들은 새벽밥 해먹고 들에 나가 밤늦도록 일을 한다. “한들한들 실바람, 햇빛이 뉘엇뉘엇 가을이 오네. 금빛 수레 타고 휘파람 불며, 산 넘고 강 건너∼.” 서민들이 즐기는 시절 음식으론 추어탕(鰍魚湯)을 꼽을 수 있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양기를 돋운다고 했던가.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露 이슬 로, 下 아래 하, 天 하늘 천, 高 높을 고, 秋 가을 추, 氣 기운 기, 淸 맑을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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