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수산시장은 1971년 서울역 인근 중림동에서 옮겨왔다. 올해로 마흔다섯 살이니 어엿한 중년이다. 살림 규모가 커서 일하는 사람만 2000여명이고 하루 오가는 손님은 3만명을 넘는다. 외국 관광객도 넘친다. 온갖 해산물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서 인기다. 하지만 지저분하다는 소리를 들은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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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부터는 깨끗한 환경에서 수산물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음달 완공되는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현대식 시설로 이전한다고 한다. 그 옆에는 호텔, 컨벤션, 해양수산테마파크, 쇼핑시설 등을 아우르는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모양이다. 지난 주말 열린 ‘도심 속 바다 축제’에는 이를 기념하듯 25만여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통시장의 풍류가 없어진다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환경이 쾌적해지면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올 것이다. 이번 기회에 겉과 속을 함께 바꿔보면 어떨까. 미국 시애틀의 명소인 파이크 플레이스(Pike Place)도 한때는 허름한 어시장이었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날아다니는 물고기’로 이름을 날린 생선가게 덕분이다. 베스트셀러 ‘펄떡이는 물고기처럼(Fish)’의 바로 그 집. 이 가게 종업원이던 일본 이민자 2세가 망해가는 가게를 이어받아 세계적인 경영혁신 모델로 키워낸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동서양을 떠나 시장에는 스토리가 많다. 일본 최대를 자랑하는 도쿄 쓰키지(築地) 어시장은 에도시대 왕궁 진상품 등 400년 역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300년이 넘은 독일 함부르크 수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수산시장은 소박한 편이지만, 헤밍웨이가 자주 들렀다는 얘기로 관광객을 모은다.
노량진에도 숨은 이야기가 많다. 인근엔 사육신묘가 있고 ‘상록수’의 작가 심훈 생가가 있다.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주는 젓갈 할머니의 사연도 뭉클하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한강의 웅장함에 놀랐다고 했듯이, 우리에게도 세계인을 놀라게 할 만한 이야기는 많다. 문제는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일일 뿐.
고두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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