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1.09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피에르 퓌비 드샤반, 가련한 어부, 1887~92년경, 캔버스에 유채, 105.8×68.6cm,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소장.
19세기 말의 프랑스 화가인 피에르 퓌비 드샤반(Pierre Puvis de Chavannes·
1824~1898)은 파리 시청과 소르본 대학 등 주요 공공건물에 대규모 벽화를 그리면서
'국민 화가'라고 할 만큼 존경받았지만, 이젤화인 '가련한 어부'만큼은 혹평을 받았다.
청회색 일색인 밋밋한 색조와 김 서린 유리창으로 내다본 듯 흐릿한 형태가
당시 평론가들에게는 그리다 만 것처럼 허술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내를 잃은 어부가 갓난아기를 바닥에 눕혀 놓고 낚싯배 위에서 기도하는 듯한
모습은 도무지 주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소설 속 한 장면 같지만 딱히 떠오르는
소설이 없고, 종교적인 듯하지만 성경 어디에도 이런 장면은 없으며, 현실적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몽환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르주 쇠라, 폴 고갱, 모리스 드니 등 젊은 화가는 이처럼 쉽게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 내밀한 주제와 그에 걸맞게 신비롭고도 우울한 분위기, 바스러질 듯이 메마른
풍경에 매료되었다. 드샤반은 곧이어 등장하는 상징주의 미술의 선구자로 추앙받았다.
드샤반은 '가련한 어부'를 두 점 그렸는데, 그중 이 작품이 '마쓰가타 컬렉션'으로,
일본 도쿄의 국립서양미술관 소장품이다.
마쓰가타 고지로는 현 가와사키 중공업의 전신인 가와사키 조선(造船)의 초대 회장 이었다.
그는 1차 대전 중에 전함 건조로 번 돈으로 유럽을 드나들며 엄청나게 많은 미술품을 사들였다.
그중 상당량이 태평양전쟁을 겪으며 흩어졌지만, 패전 이후 프랑스에서 적산(敵産)으로 압류됐던 미술품 400여 점은
양국 간 국교가 재개되면서 1959년에 일본에 반환되어 현재 미술관의 모태가 되었다.
돌려받을 것을 착실히 돌려받은 일본이 부럽기도 하다.
Puvis de Chavannes_The Poor Fisherman-1
Puvis de Chavannes_The Poor Fisherma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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