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94] 장인의 손길 닿은 영롱한 유리 트리

바람아님 2015. 12. 19. 08:11

(출처-조선일보 2015.12.19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성탄절을 앞두고 지구촌에는 기발하게 디자인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는 51만8000개가 넘는 LED 전구로 이루어진 철제 트리(높이 22m)가 불을 밝혀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캐나다 북서부 에드먼턴의 노스 앨버타 음악당에 노래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한다. 
합창단에 소속된 가수 150명이 9층짜리 반(半)원추형 트리에 층층이 올라서서 유서 깊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른다. 서울광장에도 높이가 18m에 달하는 대형 트리는 물론 자전거 페달을 밟아 만든 전기로 
불을 밝히는 친환경 트리도 설치되었다.
무라노(Murano) 유리 X마스트리. 햇빛을 받아 화사한 모습의 트리 전경(왼쪽), 1000개의 유리 대롱들이 촘촘히 조립되어 있는 디테일(오른쪽). 제작 2006년.
무라노(Murano) 유리 X마스트리. 햇빛을 받아 화사한 모습의 트리 전경(왼쪽), 
1000개의 유리 대롱들이 촘촘히 조립되어 있는 디테일(오른쪽). 제작 2006년.
원래 크리스마스 트리는 전나무처럼 이등변삼각형 형태의 상록수가 주로 활용됐지만, 
요즘은 지역 여건에 따라 목재, 철강, 플라스틱, 카드보드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다. 
2006년 12월 8일 이탈리아 유리공예 산업의 중심지인 무라노에는 갖가지 유리 대롱으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했다. 숙련된 장인들이 길이와 색상을 제각기 다르게 불어서 만든 유리 대롱 1000개가 강철막대 2000개로 만든 
틀에 고정됐으며, 트리 제작에 사용된 볼트만도 5000개가 넘는다. 균형이 잘 잡힌 원추 형태(높이 8m, 직경 3m)의 
트리는 무게가 3t에 달하지만, 500㎏의 받침대 덕분에 안정감 있게 서 있다.

유리공예 회사 시모네 세네데세(Simone Cenedese)가 건축 스튜디오 DDA와 함께 제작한 이 거대한 트리는 
유리 특유의 영롱한 색채와 정교한 형태가 하모니를 이루어 밤낮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밤에는 밝은 전기 조명 덕분에 현란한 분위기, 낮에는 햇빛을 받아 화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에는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설치되어 많은 관광객을 매료시켰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 트리는 무라노 유리 박물관에 소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