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이 달라져야 한다
중앙일보 2016-1-9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세계는 중국을 주목해 왔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북한을 압박할 효과적이고도 강력한 카드를 중국이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대북 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까닭이다.
북한 핵실험이 거듭될수록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져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중국은 관련 당사국 모두의 자제를 요구했던 과거와 달리 북한(朝方)을 특정해 정세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북한을 콕 집어 말하기는 처음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신년 모임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눈앞에 두고 북핵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대북 압박 수준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과 관련해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한반도의 정세가 평온하기를 바라는 중국의 안정 희구 심리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붕괴나 한반도의 전쟁 등 비상 상황 발생을 극구 막으려 한다. 두 번째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중국 내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셈법에 의해 중국은 지난 6년간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 접근해 왔다.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해결하고, 북한과는 정상적인 경제교류를 통해 정상 국가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면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중국은 본다. 이런 투 트랙 접근을 중국은 북핵 문제의 증상과 원인을 함께 치료하는 ‘표본겸치(標本兼治)’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런 논리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얻기 어려웠다. 북한의 앞문은 틀어 막았지만 중국으로 향하는 뒷문을 휑하니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당초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의 바람과는 달리 두 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제 중국이 달라져야 한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시대 들어 각 부문의 혁신(創新)을 강조한다. 북핵 정책에도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중국은 북핵이 점차 치유할 수 없는 암적 존재가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동북 3성을 주축으로 한 동북진흥(東北振興)의 꿈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중·미 경쟁의 프리즘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버려야 한다. 미국과의 대결을 의식해 북한의 그릇된 행동까지 감싸고 돌다 보니 북한이 이를 역이용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히려 중국은 북핵 문제를 중·미 공조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손을 맞잡고 북핵 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두터운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건설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중국의 달라진 모습이 곧 나올 유엔 결의의 철저한 집행에서부터 보여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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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중국이 應答할 때
조선일보: 2016.01.08 23:12 | 수정 : 2016.01.08 23:34
박근혜 시대 對中 외교 중대 시험대에 섰다
북한에 석유·식량이란 당근 공급하는 중국이 채찍 들어야
북한의 4차 핵실험 뉴스를 듣는 순간 문득 중국 단둥(丹東)시 외곽을 감아 도는 압록강(鴨綠江) 풍경이 떠올랐다. 작년 11월 초순 네온사인 휘황한 단둥을 마주한 강 건너 신의주는 불빛 하나 새 나오지 않는 암흑(暗黑)천지였다. "강바닥에 송유관(送油管)이 깔려있어요. 한때는 한 해 100만 톤(t)까지 보냈다는데 90년대 중반 이후론 50만 톤 안팎을 오르내립니다. 북한 석유 소비량의 5할 이상이지요. 2013년 제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조치로 일시 지원을 중단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으나 이곳 원유(原油)를 받아 정유(精油)하는 북한 봉화화학기업소가 그때도 쉬지 않고 가동됐다니 공급 중단 설(說)은 사실이 아닌듯해요…." 30년 가까이 북·중 관계를 지켜본 인사의 설명이 그랬다. 압록강 바닥으론 석유가, 압록강 다리 위로는 식량이 흘러들어간다. 북한 젖줄이고 숨통이다.
북한이 제 입으로 수소폭탄을 실험했다고 떠들어댄 이후 한국 국민은 무력증(無力症)을 앓아왔다. 북한 핵실험을 확인하고 소집한 국가안보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은 "동북아 안보 지형(地形)을 뒤흔들고 북한 핵 문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상응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에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국민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죗값을 치르도록 추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다. 2006·2009·2013년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우리 대통령들은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했으나 증상은 갈수록 악화됐다. 김정은은 신년사에 핵(核)이라는 단어를 쏙 빼놓고 경제와 민생을 강조하더니 며칠 후 핵으로 뒤통수를 쳤다. 상대를 속이는 수법만 교묘해졌다.
국민의 무력감(無力感)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북한 핵을 폐기하고 북한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동맹국·인접국·국제기구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의심으로 번져가고 있다. 미국은 단독으로 또는 UN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주도해왔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조(同調)를 얻기 위해 제재 수위를 낮추면 약효(藥效)가 사라지고, 제재 수위를 높이면 그들의 반대에 부딪혀 제재 자체가 좌절되는 덫에 걸렸다. 그렇게 쌓인 북핵(北核) 피로증 때문에 최근 10년간 미국은 '선의(善意)의 무시(無視·benign neglect)' 또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북핵 문제를 뒷전으로 미뤄버렸다.
미국은 북핵 위기가 불거진 1992년 이후 북한이 약속을 깨뜨리고 회담 의자를 걷어찰 때마다 봉쇄와 고립화의 채찍으로 벌(罰)을 내렸다. 미국은 냉전시대 이 정책으로 소련을 무너뜨리고 냉전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세계 제2의 대국 소련을 무릎 꿇린 이 처방전(處方箋)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고립된 나라 북한엔 듣지 않았다. 중국이 대주는 석유와 식량이 북한의 버팀목이었다.
중국은 예나 이제나 패권 국가 미국과 몸으로 부딪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6·25전쟁에 뛰어들어 미국을 겪어봤고 대만과의 관계에서 60년 넘게 미국의 벽을 실감(實感)했다. 그런 중국에 북한은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해주는 완충지대로서 가치가 여전하다. 압록강을 건너가는 중국 석유와 식량은 중국이 북한에 지불하는 일종의 자릿세(稅)다.
물론 중국엔 세계 제2의 강대국으로서 비핵화(非核化)와 핵확산 방지라는 국제 질서 유지에 협력할 의무도 있다. 중국은 이런 처지 때문에 북한 핵 문제 앞에선 늘 강대국의 체면치레용 의무와 북한의 지정학적 이용 가치 사이에 끼여 우물대왔다. 요즘처럼 남태평양 일부 도서의 영유권과 해상 자유 통행권을 놓고 미국·일본과 충돌·경쟁·대립하는 국면에선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가 체면치레용 의무를 누르고 더 큰 소리를 낸다.
압록강을 넘어가는 중국 석유와 식량은 북한에 주는 당근이지만 공급을 중단하는 순간 채찍으로 변한다. 당근이 변한 채찍 맛이 훨씬 맵다. 수소폭탄 운운하는 북한의 버릇을 고칠 매는 이 매뿐이다. 대통령은 작년 중국 전승(戰勝)기념일에 미국의 눈 흘김과 일본의 비난을 무릅쓰고 시진핑 주석·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 사열대에 섰다. 한국은 그때 이래 지금껏 알게 모르게 그 값을 치러왔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을 대하는 미국 태도에서 그 앙금과 흔적을 다시 읽는다면 지나치게 과민(過敏)한 반응일까. 박근혜 시대의 간판 대중(對中) 외교가 중대 시험대에 섰다. 중국의 응답 여부에 성패(成敗)가 걸렸다.
중국 협조 없이는 김정은의 돈줄을 막을 수 없다. 돈줄이 막히지 않는 한 북한의 핵
도박은 계속된다. 북한은 작년부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란 핵 주사위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성공하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일본 어느 누구도 북한 핵무기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동북아 모든 국가가 핵 무장으로 각자 도생(圖生)을 꾀하는 핵 도미노 현상과 함께 중국이 미국과 몸으로 부딪치는 거북한 사태가 닥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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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미·중 ‘휴전’과 공조만이 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6.01.08 01:04미·중 마찰과 오바마의 발목을 잡는 시리아·이라크 사태는 김정은에겐 청신호였다. 김정은은 박근혜·오바마·아베를 조롱하고 시진핑의 뒤통수를 치고 수폭인지 뭔지의 실험을 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대응책도 자명하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일본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잠시 ‘휴전’하고 북한 제재에 공조를 하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는 소리만 요란했지 실효가 없다. 이유는 첫째 중국이 북한에 숨 쉴 구멍(Loop hole)을 열어주기 때문이고, 둘째 북한이 철저한 고립에 익숙해 국제 제재에 비명 소리를 지를 만큼의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일이 손발을 맞춰 미국은 광범위한 금융 제재로 김정은의 돈줄을 막고, 일본은 대북 송금과 북한 선박의 입항 및 사람의 왕래를 다시 금지하고, 중국은 북한의 개인 구좌까지 포함한 모든 금융 거래를 차단해 미국의 금융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에 북한 징벌 수단이 없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확성기 방송 재개? 그걸로 김정은이 눈 하나 깜짝하겠는가. 유엔 안보리가 차려놓은 별로 먹을 것 없는 밥상 한 귀퉁이에 숟가락 하나 들고 앉는 것 말고는 취할 조치가 없다. 심각한 것은 앞으로 닥칠 안보 위협이다. 북한이 실험한 것이 수소폭탄이든 그 전 단계의 증폭핵분열탄이든 핵탄두의 소형화 실험이라는 것과 북한의 핵전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핵무기라는 것은 실전용이기보다 위협용이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수천 개의 핵탄두로 상호 확정적 파괴력을 확보해 전쟁을 방지한 핵무기의 아이러니가 증거 사례다. 한반도에서 북한 핵과 미국 핵우산이 상호 확정적 파괴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자칭 수폭 실험에 이성을 잃은 과민반응과 핵주권론이 적절한 대응책이 못 되는 이유다.
심각한 위협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그들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면 한국의 미사일 요격 체계인 킬체인은 무용지물이 된다. 핵탄두와 미사일을 실은 북한 잠수함이 미국 서해안까지 도달할 능력이 입증되면 미국의 핵우산도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 미국이 서해안 주요 도시에 대한 핵 공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핵우산을 씌워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남은 건 중·장기 대책이다. 동북아평화협력기구를 출범시켜 북한을 참여시켜야 한다. 동시에 6자회담을 재개해 북한과 다자와 양자 대화를 계속하면서 무엇보다도 북한이 원하는 북·미 관계를 정상화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적대적인 것이 아님을 납득시켜야 한다. 강 대 강 대응이면 김정은은 핵·미사일과 잠수함 개발을 더 서두를 것이다. 김정은은 슬기롭고 교활하게 “약자의 힘”을 극대화하고 있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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