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나른한 오후를 즐기다가 가슴 저리는 감동을 느끼기도 하며 진정 자유롭게 사는 맛을 즐기고 싶은데, 집안에 환자가 있다 보니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삶은 참 묘하다. 나를 위해 기꺼이 기쁘게 사는 삶을 선택하며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와 함께하는 모든 것 안에 나의 존재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운용해야 하는데, 때로 의무감이 커지면서 내가 만든 삶의 의미와 가치가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져 기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쩌면 내 안에서 우러나는 행복감보다는 남에게 보여지는 행복을 더 원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 모든 것이 때로 나를 힘들게 해도 나를 수시로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인 그 모든 것이 아니라면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으며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의미를 주고 살아갈 힘을 주는 그 모든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서도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모든 것과 일상을 함께하며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긴 시간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내일을 살고 싶어도 못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을 간절히 원한다. 내 삶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손해 보는 듯한 마음이 드는 것도 욕심일 수 있겠다. 한바탕 비가 쏟아졌으니 마음을 씻어내고 더욱 강해진 오월의 기운을 빌려 재충전하고 주어진 일상에 더 감사해야겠다.
김세원(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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