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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나로 살아간다는 것

바람아님 2016. 5. 4. 00:22
국민일보 2016.05.03. 19:30

시간은 마치 바퀴 달린 마차가 비탈길을 쏜살같이 내달리는 것처럼 흘러 드디어 봄꽃과 연록의 향연 속에 계절의 여왕 5월이 돌아왔다. 봄을 느낄 만한 여유도 없이 바쁘게 종종거리니 수고한 만큼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야 할 듯한데 돌아보면 나를 위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 나의 시간을 투자해 나로 살아가지 못하고, 텅 빈 듯한 내 삶은 나뒹굴다 덩그러니 놓여진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편안하고 나른한 오후를 즐기다가 가슴 저리는 감동을 느끼기도 하며 진정 자유롭게 사는 맛을 즐기고 싶은데, 집안에 환자가 있다 보니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삶은 참 묘하다. 나를 위해 기꺼이 기쁘게 사는 삶을 선택하며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와 함께하는 모든 것 안에 나의 존재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운용해야 하는데, 때로 의무감이 커지면서 내가 만든 삶의 의미와 가치가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져 기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쩌면 내 안에서 우러나는 행복감보다는 남에게 보여지는 행복을 더 원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 모든 것이 때로 나를 힘들게 해도 나를 수시로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인 그 모든 것이 아니라면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으며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의미를 주고 살아갈 힘을 주는 그 모든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서도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모든 것과 일상을 함께하며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긴 시간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내일을 살고 싶어도 못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을 간절히 원한다. 내 삶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손해 보는 듯한 마음이 드는 것도 욕심일 수 있겠다. 한바탕 비가 쏟아졌으니 마음을 씻어내고 더욱 강해진 오월의 기운을 빌려 재충전하고 주어진 일상에 더 감사해야겠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