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발언 중에 내가 주목한 부분이 두어 군데 있다. “예전과 달라진 중국의 대북 정책에 실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실망하지 않는다. 중국은 중국이 할 일을 하고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선 “아주 익숙해져 있다”고 했다. 역대 ‘최강력’ 제재에 중국이 동참했으니 북한이 두 손 들고 나오거나 최소한 아주 곤혹스러워 하리란 예상(혹은 희망)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틀 전 공개된 북·중 간 무역 통계를 봐도 제재 전과 후 북으로 흘러 들어가는 외화 총액은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의 대중 석탄 수출은 28% 줄었지만 철광석 수출은 오히려 46% 늘었다. 광물 수출 총액에서 축이 난 부분은 지난해의 두 배 이상 늘어난 의류 수출로 벌충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의 대북 제재는 시간이 갈수록 흐지부지된다는 게 경험칙이다.
북한이 중국에 실망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왜 나왔는지도 회의장에서 우다웨이(武大衛) 중국 대표가 한 얘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그는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협상의 동시 시작을 주장했고 러시아도 이에 동조했다. 북한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지만 한·미·일이 받아들이기엔 한참 많이 나간 입장이다. 한 참석자는 “한·미·일과 중·러 간에 현저한 입장차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요컨대 북핵 문제 관련국 간에는 5대1이 아니라 3대2대1의 구도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북한으로선 중국이 예전과 달리 까칠하게 나오는 게 못마땅하겠지만, 어쨌든 한·미·일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5개국의 일치단결을 막아주니 굳이 실망스러워 할 필요가 없다는 속내를 최선희 부국장이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3대2대1을 5대1의 구도로 바꾸는 게 우리 희망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변수까지 끼어들면 중국 설득은 더욱 어려워진다. 25일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에 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사드 반대에 한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사드 배치를 거론할 필요가 없도록 북한에 핵 포기 압력을 가해 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들은 북한 체제의 사활에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몰아붙이는 걸 꺼린다. 그건 김정은 정권이 곱고 미운 것과는 별개의 차원이다. 초강력 대북제재가 시작된 지도 4개월이 다가온다. 지금 이 구도가 굳어지면 북한만 시간을 번다. 그게 오랜만에 국제무대에 나타난 최선희가 알려준 사실이다.
예 영 준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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