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오메가'

바람아님 2016. 8. 7. 01:03
[J플러스] 입력 2016.08.03 16:27

오메가(Omega)는 그리스어 자모의 마지막 글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는 처음부터 끝이라는 뜻입니다.  오메가는 수학, 과학 용어로도 널리 사용됩니다. 사진 용어에도 오메가가 있습니다. 속어지만 바다에 해가 뜨거나 질 때, 해가 물에 반사돼서 ‘Ω’ 모양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는 수평선에 해무가 짙게 낍니다. 좀처럼 오메가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날이 맑고 건조한 겨울, 그것도 운이 좋아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 동호인들은 오메가 사진을 찍은 것을 ‘훈장’ 쯤으로 여깁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오메가를 볼 수 있다’고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예술적인 관점에서 오메가가 그리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해돋이를 보러가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은근히 오메가를 기대하게 됩니다. 내가 아는 어떤 아마추어 사진가는 ‘오메가 신드롬’에 빠져 있을 정도로 이를 찍으러 다닙니다. 해마다 겨울이 오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도 새벽바다로 향합니다.  
 
 풍경사진을 좋아하는 필자도 오메가를 몇 번 찍은 적이 있습니다. 딱히 오메가를 찍으러 간 것은 아닙니다. 새벽바다를 찍으러 울산 강향항을 갔는데 때마침 오메가 현상(위 사진)이 나타난 것입니다. 옅은 해무가 끼어 있었지만 홍시 같은 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오메가를 보기 어렵습니다. 해무가 짙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휴일, 가족과 함께 장경리 해수욕장에 나들이를 갔습니다. 장마철의 서해바다 날씨는 변화무쌍합니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듯 하늘이 컴컴했습니다.
 

 짐을 챙겨 나서려는 데 갑자기 수평선 부근이 붉게 물들더니 먹구름 아래로 해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몇 분만 더 지나면 오메가 현상이 나타날 것이 분명했습니다. 다시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이 앞을 딱 가로막습니다. 급히 자리를 옮겼지만 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보는 여객선은 느리기만 했습니다. 배가 가고 나니 이미 해는 수평선 너머로 지고 없었습니다. 얼마나 황당하던지요.
 덕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배 안에 있는 승객들은 짜릿한 해넘이를 봤겠지요?   

주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