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08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소나무 숲에서 부는 바람을 솔바람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송풍(松風)이라고 한다.
소나무의 소리인 송성(松聲)·송음(松音), 소나무가 흔들려 나는 맑은 소리를 뜻하는 송운(松韻),
파도소리처럼 들리는 송도(松濤), 퉁소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리는 송뢰(松籟)도
모두 솔바람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솔바람 소리를 유독 좋아했던 이도 있었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은사(隱士)였던 도홍경(陶弘景)은 솔바람 소리를 몹시 좋아해서 정원에 소나무만
심었다고 한다. 그는 소나무에서 부는 바람을 마음의 위안으로 삼았다.
솔바람 소리를 음악으로 듣는 이도 있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 윤선도(尹善道)는 보길도에 있는 바위인 오운대(五雲臺)에서 이런 즉흥시를 썼다.
'오운대에 베개 높이 하고 드러누우니/
산 너머 떠가던 구름이 잠시 들러 주고/
깊은 골짜기 소나무의 노랫소리/
맑은 바람을 내 곁에 실어다 주네.'
윤선도는 바위를 스치고 지나는 솔바람을 노랫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솔바람은 차를 끓이는 중에도 들린다.
차를 끓이는 법에 '끓는 소리를 솔바람처럼 세게 하라'는 말이 있다.
차를 끓이는 솥에서도 솔바람 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
이렇게 다채로운 솔바람 소리를 무서워했던 적이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꽃을 따러 갔던 야산에서 길을 잃고, 더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고 말았다.
불러도 대답 없는 친구들을 찾기 위해 사방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들었던 숲의 소리는 어쩐지 우는 것 같기도 했고, 귀신이 내는 무서운 소리도 같았다.
바람 소리가 무서웠던 것도 처음이었다.
한참 뒤에 솔바람 소리만 들으러 다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릴 적 무서운 기억은 차츰 희미해졌다.
소나무의 수려한 자태, 아름다운 색깔, 짙게 드리운 그늘과 함께 불어오는
솔바람에도 가끔은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열대야가 계속되는 날이면, 시원한 솔바람을 우리가 사는 곳까지 배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수고롭게 애쓰는 이들의 땀을 식혀주고, 마음의 위안이 필요한 이들에게 실어 나르고 싶다.
글에서 바람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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